미셸 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천금같은 버디 퍼트 하나가 4년만의 우승이라는 값진 선물을 안겼다.
미셸 위(29·미국)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통산 5승 고지에 올랐다. 4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파72·6718야드)에서 열린 HSBC 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50만 달러·한화 약 16억2000만원) 최종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몰아친 끝에 17언더파 271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5타 격차를 뒤집은 짜릿한 역전우승이었다. 최종라운드를 10언더파 공동 5위로 출발한 미셸 위는 전반부터 차근차근 타수를 줄여나갔다. 2번 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은 뒤 4번(파3)과 8번 홀(파5)에서 추가로 한 타씩을 줄였다. 이어 파4 10번 홀에서 다시 버디를 낚고, 이어 파5와 파4였던 13~14번 홀 연속 버디로 단숨에 선두그룹으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우승 향방은 쉽게 가려지지 않았다. 미셸 위를 비롯해 신지은(26·한화큐셀)과 넬리 코다(20·미국), 다니엘 강(26·미국)이 계속해 공동 선두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진영(23·하이트진로) 역시 한 타 뒤진 15언더파로 선두그룹을 바짝 추격했다. 치열했던 승부는 결국 마지막 홀에 가서야 결정됐다.
미셸 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챔피언 조보다 앞서 18번 홀(파4)에 들어선 미셸 위는 다소 짧은 세컨 샷 탓에 단독선두 등극이 어려워보였다. 버디를 위한 퍼트 거리가 10m 가까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셸 위는 강한 스윙으로 공을 언덕 위 그린으로 보냈고, 공은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선수 본인조차 믿기 힘들 만큼 극적이었던 버디. 미셸 위는 한 손을 불끈 쥔 채 포효했고, 이후 챔피언 조 경쟁자들이 모두 파로 경기를 마무리하면서 최종 우승이 확정됐다.
10대 시절 화끈한 장타와 거침없는 플레이를 앞세워 ‘천재소녀’라는 별명을 얻었던 미셸 위는 이날 우승으로 2014년 6월 US오픈 이후 4년 만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우승상금 22만5000달러(한화 약 2억4000만원)도 함께 품었다.
한편 같은 날 열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개막전에선 한국선수 이민영(26·한화큐셀)이 활짝 웃었다. 이민영은 일본 오키나와 류큐 골프클럽(파72·6558야드)에서 열린 다이킨 오키드 토너먼트(총상금 9000만엔·한화 약 9억2000만원)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기록하고 JLPGA 통산 세 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전날 3라운드가 악천후로 취소되면서 기존보다 25%가 줄어든 1620만엔(한화 약 1억6000만원)의 우승상금을 챙기는데 만족해야 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