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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드라마’라고 부르지 마…‘숏폼’ 세대 맞춤 ‘숏폼’ 드라마 뜬다

입력 | 2018-03-04 20:15:00


‘연애플레이리스트(연플리)’ 시즌3이 올 여름 제작된다.

이 소식에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 ‘연알못’(연플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40대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연플리’는 지난해 3월 모바일과 웹으로 시즌1이 공개돼 청소년과 젊은 층에 인기를 모으며 에피소드 하나가 무려 2000만 뷰를 기록했던 드라마다. 10대들은 이미 유튜브를 검색 포털 애플리케이션보다 많이 쓰는 상황(닐슨코리아클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사용 현황 조사). 최근 모바일 콘텐츠 시장이 이미지와 텍스트에서 동영상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는 가운데 그 핵심 중 하나인 드라마 장르를 들여다봤다.

●‘숏폼’ 세대 맞춤 ‘숏폼’ 드라마

“‘웹드라마’라고 부르지 말아 달라.”

취재 중 한 모바일 드라마 제작업체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5~6년 전부터 제작되기 시작한 ‘웹드라마’는 이름 그대로 웹에서 주로 유통됐고, 아이돌이 출연하거나 기업 홍보 목적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내용과 제작 방식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정확한 시장 통계는 없지만 과거 ‘웹드라마’로 불렸던 콘텐츠는 근래에는 웹이 아니라 페이스북 페이지나 유튜브 앱을 비롯한 모바일에서 주로 소비된다. 길이도 확연히 짧아져 ‘숏폼’(짧은 형식) 콘텐츠로 불리기도 한다. 과거 웹드라마의 에피소드 하나가 약 10~15분이었던데 비해 ‘숏폼’ 콘텐츠는 1~5분가량.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보거나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잠깐 동안 보기 딱 좋은 길이다.

●“10초 안에 눈길 잡아야”

형식 변화에 따라 내용도 진화했다. 과거 웹드라마는 기존 드라마 문법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어 붙이기만 하면 TV 단막극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전지적 짝사랑 시점’ 등을 만든 와이낫미디어 이민석 대표는 “개인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콘텐츠가 유행한 이후 영상의 문법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짝사랑, 시작도 끝도 나 혼자”(전지적 짝사랑 시점, 콕 티비), “헤어지고 친구로 남으려는 구 남친”(‘오구실’, 72초TV), “대학 신입생이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연애플레이리스트)….

숏폼 콘텐츠는 제목에 에피소드의 주제가 다 담길 정도로 서사가 단선적이다. 한마디로 ‘제곧내’(제목이 곧 내용)다. 기성세대의 눈엔 ‘만들다 만 것 같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젊은 세대는 제목만 보고 클릭 했다가 처음부터 ‘정주행’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이는 짧은 길이에도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후킹 요소’를 담기 때문. 연애플레이리스트 작가 겸 제작자인 이슬 씨는 “모바일 사용자는 터치 한번으로 다른 앱으로 이탈할 수 있다. 보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건 처음 10초”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애 소재라면 ‘심쿵 포인트’가 필수다. 시청자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보는 것처럼 섬세하고 촘촘하게 감정을 짜 넣어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제작자들은 입을 모았다.

●친구 태그하고 공유하며 모바일 놀이

시청자를 모으는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입소문이다. 이용자들은 콘텐츠를 자신의 피드에 ‘공유’하거나 ‘내 이야기’혹은 ‘네 이야기’라며 댓글로 서로의 이름을 태그(SNS 친구를 소환하는 방식)한다. 이 덕에 소규모 제작사도 성공 가능성이 커졌다. 과거 대형 포털의 영상 플랫폼에서 메인 화면에 배치돼야 조회수가 보장됐던 데에서 사뭇 달라진 현상이다.

실제 현재 유행하는 숏폼 콘텐츠를 제작하는 주요 회사들은 딩고티비, 72초TV, 와이낫미디어처럼 3년 미만의 ‘젊은’ 회사인 경우가 많다. 72초TV 이윤미 매니저는 “대학을 갓 졸업한 PD들이 기획해 성공시킨 작품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숏폼’ 드라마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연애나 직장 생활 고민이 주요 소재였지만 최근에는 스릴러 ‘호러 딜리버리 서비스’(72초TV)가 등장하는 등 장르가 확대되고 있다. 연플리 제작자 이슬 씨는 “형태와 포맷, 주제의 확장성이 숏폼 콘텐츠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조종엽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