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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피플] ‘아파도 던진다’, 꾸준함의 미학 장원준

입력 | 2018-03-05 05:30:00

두산 장원준은 2018년 9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 기록에 도전한다. 물 흐르듯 유연한 투구폼은 10년 째 변함없는 꾸준한 성적의 동반자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1982년 원년 개막전 이후 수 없이 많은 투수들이 KBO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불멸의 기록을 세운 투수도 있고 첫 등판이 은퇴 무대가 된 경우도 있었다.

리그가 확대되고 경기수가 많아졌지만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는 기록이 ‘연속 시즌 두 자릿수 승리’다. 2017시즌까지 5시즌 이상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한 투수는 1982년 이후 단 9명뿐이다. 그동안 대부분 팀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5년 이상 안정적으로 10승 이상씩을 꼬박꼬박 올린 투수를 보유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7시즌 이상으로 기준을 좁히면 단 3명이 남는다. 10시즌 연속 10승을 올린 이강철 현 두산 수석코치가 첫 번째, 그리고 정민철 MBC스포츠+ 해설위원이 8시즌 연속 10승을 했다. 마지막 주인공은 아직 현역이다.

두산 장원준(33)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그리고 2년간 군복무를 마친 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10승을 했다. 정민철 위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역대 두 번째 연속 시즌 두 자릿수 승리 기록이다.

스프링캠프 불펜은 시즌 때는 볼 수 없는 장관이 펼쳐진다. 팀의 주축 투수들이 나란히 서서 동시에 수 십 개의 공을 던진다. 홀로 마운드에 있을 때는 쉽게 느낄 수 없는 투구 폼의 특징이 생생히 보인다.

두산 장원준.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일본 미야자키 두산 스프링캠프 불펜에서 장원준의 투구 폼을 보고 있으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투구수 30~40개가 넘어가도 지친 기색이나 흐트러짐이 전혀 없다. 물 흐르듯 유연함, 군더더기 동작이 전혀 없는 간결함. 공을 받는 불펜 포수도 재미가 느껴지는 정확한 투구가 계속된다. 그러나 투구 폼만으로 8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

미야자키에서 만난 장원준은 “선발 투수로 매해 10승 이상을 올린다는 것은 그만큼 팀에 필요한 역할을 어느 정도 했다는 의미가 될 것 같다. 그만큼 중요하다. 마지막까지 10승 투수가 되고 싶다. 그래서 기록도 깨고 싶다. 매 시즌이 중요한 이유다”며 “투구 폼에 대한 칭찬을 많이 받지만 스스로는 아쉬움도 있다. ‘하체를 더 사용할 수 있다면 훨씬 좋을 텐데’그런 생각을 한다. 유연한 편이지만 아플 때도 있다”고 말했다.

통증 혹은 부상은 장원준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 같다. 그러나 아프지 않은 야구 선수는 없다. 장원준은 “누구나 잔부상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아프다고 빠지는 성격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가끔 통증이 팔꿈치나 다른 부위에 느껴진다. 그럴 때 마다 솔직히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 의식하지 말고 더 세게 공을 던지면서 ‘차라리 인대가 끊어져라. 그럼 수술하고 재활하면 되잖아’ 이런 말을 스스로에게 한다. 통증은 의식하는 순간 더 커지고 몸을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악물고 더 강하게 던지면 몸이 적응하고 통증이 없어진다. 인대를 아끼려고 힘을 줄이면 통증은 돌아다닌다. 대신 무릎이나 다른 부위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더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부상은 온 몸을 돌아다닌다’는 말은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익숙하다. 장원준은 처음 10승을 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군에서만 5708명의 타자에게 2만2048개의 공을 던졌다. 아프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다. 그러나 고통을 감수하는 인내가 있었기 때문에 연속 시즌 두 자릿수 승리가 가능했다. 통증은 몸이 보내는 경고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투혼의 미담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역 선수 중 리그에서 가장 꾸준히 오랜 기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발 투수이기 때문에 많은 의미가 느껴진다.

또 하나 꾸준함의 비결은 식사량에 있다. 대부분 투수는 나이가 들면서 체중이 증가한다. 근력이 증가하면서 더 강한 공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체중과 체형의 변화는 투구 폼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그 과정에서 부상 등 여러 부작용도 따른다. 장원준은 매년 스프링캠프에서 평소와 비교해 식사량을 절반으로 줄인다. 일년 중 가장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는 시기지만 오히려 먹는 양을 줄이면서 매우 효과적인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 있다. 처음 10승을 할 때 20대 초반이었던 장원은 이제 30대 초반이 됐지만 체중은 3~4㎏ 밖에 늘지 않았다. 부드러운 투구 폼을 유지하는 비결이자 힘든 노력의 결과다.

두산 장원준.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장원준은 올해 아빠가 된다. 팀에는 곧 외삼촌이 되는 처남 박건우(28)가 있다. 장원준과 인터뷰 도중 박건우가 조용히 다가와 자형에게 활짝 미소를 지은 후 지나간다.

장원준은 “결혼을 했을 때도 느꼈지만 곧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면 더 힘이 난다. 처남과는 결혼 전에도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다. 야수와 투수가 워낙 스케줄이 다르다. 다행히 이번 캠프는 숙소 바로 앞방이 처남 방이다. 자주 놀러가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지만 아내와 아이, 그리고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푸근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장원준은 2015년 두산 입단 후 매년 한국시리즈 진출에 앞장섰고 2회 우승·1회 준우승을 함께 했다. 2018년은 4년 계약 마지막 시즌이기도 하다.

2017년 리그 전체에서 10승 이상 투수는 20명이었다. 팀 당 평균 2명이다. 이 중 외국인 투수는 정확히 절반인 10명이다. 팀 당 평균 한 명인 10승 투수를 장원준은 8시즌 연속으로 했다. 힘든 여정이지만 ‘매년 10승 이상’이라는 앞으로 목표는 더 분명하다.

장원준은 “한번 끊기면 다시 도전하기 힘든 기록이다. 그래서 매년 기록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 올해 못하면 내년은 없기 때문에 9번째 10승 시즌을 꼭 만들겠다. 팀이 다시 우승에 도전하는데 힘을 보태기 위해서도 10승 이상 성적이 필요하다. 열심히 하겠다”고 힘을 냈다.

미야자키(일본)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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