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2를 평정하고 K리그1 무대로 올라온 경남 말컹이 데뷔전에서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4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상주와 홈 개막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고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다만 이날 경기에서 옐로카드를 두 장이나 받으면서 화끈했던 데뷔전은 78분 만에 끝나고 말았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잔뜩 기대한 경남FC의 외국인 골게터 말컹(브라질)의 K리그1(클래식) 데뷔전은 78분 만에 끝났다. 자신의 골로 1-0으로 경남이 앞선 전반 25분 거친 파울로 옐로카드를 받은 그는 해트트릭을 완성한 이후인 후반 33분 두 번째 경고를 받고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그래도 4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상주 상무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홈 개막전(1라운드)에서 말컹은 충분히 눈부셨다. 본인의 K리그 첫 해트트릭은 올 시즌 K리그1의 첫 기록(K리그1 통산 33번째)으로 남았다.
전반 킥오프 10분 만에 지난해 K리그2(챌린지) 득점왕(22골)의 위용이 확인됐다. 코너킥에 이은 측면 공격수 권용현의 슛이 상대 골키퍼를 맞고 나온 것을 가볍게 밀어 넣었다. 후반전은 더 강렬했다. 6분 최영준의 도움을 받아 또 상주 골네트를 흔들었다. 이어 10분이 지나자 도우미를 권용현으로 바꿔 쐐기를 박았다.
경기를 앞둔 양 팀 사령탑들의 화두 역시 말컹이었다. 경남은 최전방 스트라이커 말컹을 앞세운 플레이를 주공격루트로 활용해왔고, K리그1이라고 다를 수 없었다. 반대로 상주는 뻔한 상대의 예봉을 차단해야 했다.
“유기적인 공격 빌드-업과 말컹을 활용하는 플레이가 잘 이뤄졌으면 한다”는 경남 김종부 감독이 결국 웃었다. 상주 김태완 감독은 “말컹도 좋지만 축구는 팀이 먼저다. ‘팀 경남’을 대비했다”고 했으나 끝내 말컹의 ‘원맨쇼’에 당했다. 김 감독은 1-3 패배 뒤 “말컹은 처음 접한 유형의 선수라 애를 먹었다. 좋은 공부가 됐다”고 완패를 시인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퇴장을 제외한 모든 면이 우수했지만 김종부 감독이 특히 만족해하는 부분은 끊임없이 성장을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경남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처음 안착했을 때만 해도 큰 신장(196㎝)을 앞세운 ‘높이’만 기대되는 선수였다.
그러나 김 감독의 집중 지도로 스스로 껍질을 깼다. 활동 폭이 넓어졌고, 체력과 돌파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스피드를 갖춘 발밑도 좋다는 걸 입증했다. 원 톱과 투 톱, 윙 포워드로 배치하더라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 혹독한 체력훈련도 잘 버텨내 ‘완전체’ 공격수로 재탄생했다.
부담스러운 K리그1 데뷔무대를 앞두고 말컹은 스스로 주문을 되뇌었다. 경남 직원들에게 “오늘 3골을 넣을 것 같다. 전반 1골, 후반 2골이다”라고 목표를 전했는데, 정말로 현실이 됐다. 퇴장만 빼고 완벽했다. K리그2 득점왕 출신으로 K리그1를 평정한 ‘제2의 아드리아노(전북 현대)·조나탄(톈진 테다)’의 탄생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말컹은 “K리그2보다 K리그1은 수준도 높고 공간도 타이트하다. 이를 뚫는 패턴을 많이 공부했다. K리그 첫 해트트릭도 기쁘지만 모두가 합심해 일군 승리라 더 행복하다. 상대의 집중견제가 예상되지만 잘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전했다.
창원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