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스터의 특성과 공략비법
○ 힙스터는 누구인가?
문화마케터 황인선 작가에 따르면, 힙스터란 영어로 ‘무엇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이라는 의미의 ‘힙(hip)’에서 파생된 단어다. 1940년대 당시 세계대전과 미국 내 인종 갈등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불확실성과 저항의식이 팽배했다. 여기에 더해 전쟁 이후 교육기회가 확대되면서 기성사회에 대한 청년들의 비판의식이 강화됐다. 어두운 테의 안경, 베레모, 핀 스트라이프 정장은 당시 힙스터들이 받아들인 흑인 패션의 특징이다. 이후 백인 로큰롤 문화와 1970년대 히피 등에 의해 대체됐다가 1990년대부터 특정 청년문화를 일컫는 명칭으로 다시 사용되기 시작했다.
○ 힙스터 행동과 힙스터 사이클
여준상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힙스터 행동에는 세 가지 심리적 메커니즘이 있다. 첫 번째는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성(independent)’이다. 이는 다른 무엇보다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는 심리다. 타인이 나와 나의 행동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 충실한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지속적 변화를 추구하는 ‘촉진성(promotive)’이다. 기득·기성의 안정을 지키기보다는 지속적 변화를 추구하는 심리다. 보편적이고 평균적인 규범이나 틀에 갇혀 있지 않고 벗어나고자 하는 것으로, 탈규제·탈권위·탈체제적 성격이라 할 수 있다.
힙스터 행동의 세 가지 심리적 메커니즘 중 마지막은 직접 행동에 나서는 ‘운동성(locomotive)’이다. 이는 생각보다 행동을 앞세우는 특성으로, 머물러 있지 않고 치고 나가는 기관차를 떠올리면 된다. 무의미한 생각의 반복보다는 행동에 더 방점을 찍는 특성을 지닌다.
○ 기업의 힙스터 공략법
한국 기업들이 힙스터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한국적 힙스터의 독특한 특징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김서윤 연구가는 “한국의 힙스터는 현실과 타협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한다. 한국의 경우 힙스터 집단으로서의 정체성은 미국 뉴욕 등지의 힙스터에 비해 약한 편이고 다수는 ‘진성 힙스터’라기보다 평범한 시민들이 ‘힙함’을 추구하는 ‘현실주의자 힙스터’에 가깝다는 것. 이 현실주의자 힙스터가 결국 비즈니스를 푸는 열쇠가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TV를 보지 않고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힙스터, 음반을 사지는 않지만 음악 페스티벌에는 참여하는 힙스터 등 현실과 타협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이들의 소비 행태를 분석하면 향후 주류 문화로 부상할 수 있는 영역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소수의 진성 힙스터를 활용하는 방법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황인선 작가는 “진성 힙스터를 기업의 마케팅, 디자인 자문으로 두고 협업을 진행하면 획일적 조직 문화에 자극을 부여할 수 있다”며 “TV광고에 힙스터 이미지를 차용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실주의자 힙스터들이 좋아하는 ‘힙한 스타일’의 벼룩시장과 팝업 스토어, 구제 시장 등을 적극 활용하고 힙스터와 함께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의 활동을 하면 멀어 보이는 힙스터와 마케팅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뜻이다.
여준상 교수는 “기업은 힙스터를 쫓아가는 추종 전략을 펼쳐서는 안 된다”며 “스스로 힙스터가 돼야 하고 힙스터 마인드를 가지고 끊임없이 역발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역발상은 일상, 평범, 기성, 평균, 획일, 유행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한다”며 “힙스터 성향을 가진 사람을 기업 내외부의 ‘역발상 촉진자’로 육성하는 것은 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훌륭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