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시절 탈탈 털린 MB, 측근들 돌아서자 돈 문제 터져 朴도 아랫사람들 등 돌려… 부하를 ‘主從관계’로 대한 탓 MB 돈 욕심, 도 넘었지만 구속되면 전직 두 명 감방에… 國格 생각해 불구속 기소해야
박제균 논설실장
씁쓸하다고 해야 하나. 이명박(MB)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표적수사 의혹이 짙다. 그럼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MB 주변의 돈 문제를 보면서 허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전(前)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데, 전전(前前) 대통령까지 감옥으로 가나. 이렇게도 우리는 지도자 복(福)이 없는가.
지금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두 전직 대통령. 그렇다고 그 둘이 동병상련(同病相憐)을 느낄 것 같지는 않다. 둘이 앙숙인 것은 세상이 다 안다. 박 전 대통령 시절에도 ‘사자방(4대강사업, 자원외교, 방산비리) 수사’니, 뭐니 하면서 MB 주변을 탈탈 털었다. 그때는 나오지 않았던 돈 문제가 고구마 줄기처럼 나오는 건 측근들이 돌아섰기 때문이다.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을 모신 측근들로부터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재임 기간 깨끗한 척하며 그렇게 짜게 굴더니, 측근인 자신들도 모르게 수천억 원을 챙긴 데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지금 MB 주변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나도 의아했었다. 어떻게 재산가인 MB가, 그것도 현직 대통령 시절에 삼성으로 하여금 다스의 소송비용 60억 원을 대납하게 했을까. 수사 내용을 알 만한 검사에게 진위를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 “현직 대통령 때 대납 사실을 보고받은 건 확인했다.”
아랫사람들이 등을 돌린 건 박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숱한 측근과 가신(家臣)그룹이 있었지만, 지금도 그의 편에 서 있는 사람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한때 박 전 대통령을 ‘누나’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개중에는 박 전 대통령을 내세워 호가호위(狐假虎威)한 자들도 있었지만, 박근혜 수하들이 등을 돌린 것은 MB의 경우와는 성격이 다르다.
박 전 대통령은 부하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은 듯하다. 으레 그들은 나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주종(主從) 관계의 시각에서 대한 것 같다. 자연히 수고한 아랫사람들에 대한 따듯한 말 한마디나 조그만 성의 표시 같은 것에도 둔감했다. 아니, 몰랐다는 표현이 적확할 것이다. ‘공주’로 자라나 권력을 잡아 구중심처(九重深處)에 틀어박힌 뒤 이런 성향은 더욱 굳어졌으리라. 왕조시대도 아닌 이상, ‘주군’을 위해 몸을 던지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
이런 현상은 MB와 박 전 대통령이 다른 대통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권력을 쉽게 잡았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MB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념 과잉과 편 가르기에 질릴 대로 질린 민심이 만든 ‘노무현 효과’에 크게 힘입어 당선됐다. ‘박정희 신화’를 업은 박근혜는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잠재적 대통령 후보였다. 민주화 역정(歷程)을 거쳐 집권한 YS(김영삼)나 DJ(김대중),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민심의 회오리를 일으켜 대통령에 오른 노무현 진영에서 보였던 ‘동지적 유대감’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박제균 논설실장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