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진한 향을 맡을 수 있는 ‘파볶음’.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원래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이며 중국에서는 3000년 전부터 경작했고 조선을 거쳐 나라시대(710∼794년)에 일본에 전해졌다. 당시는 환자 치료용으로 많이 쓰여 고가에 거래됐으며 신에게 바치는 제물의 용도로 사용됐다. 1709년 에도시대 ‘야마토 혼조’라는 약용식물을 서술한 책에서는 죽은 사람의 콧구멍과 귀를 막아두면 죽었다가도 깨어난다고 서술돼 있다고 한다. 마치 서양에서 드라큘라의 마늘과 같이 파워 푸드로 여겨졌다.
나라시대에는 파를 이용한 ‘네기마’라는 꼬치요리가 탄생했다. 일본어로 파는 네기이고 참치는 마구로, 두 단어의 합성어다. 싸고 흔했던 참치를 파와 함께 꼬챙이에 껴 숯불에 굽는 포장마차 요리다. 생각만 해봐도 기름기가 많은 참치와 파가 잘 어우러져 맛있을 것 같은 이 요리는 메이지시대로 접어들자 고가의 참치를 대신해 닭을 쓰면서 야키도리라는 닭꼬치 요리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파의 깊은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요리는 ‘대명야키’라 불리는, 대파 생산자들이 개발한 요리라고 생각한다. 대파를 수확하면서 모닥불이나 화롯불에 파를 통째로 얹어 겉이 까맣게 될 때까지 굽는 것이다.
우연일지 모르겠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칼솟 페스티벌에서도 비슷한 요리가 선보인다. 수확한 파를 불이 올라오는 그릴에 얹어 검게 될 때까지 굽는다. 꺼내자마자 신문지에 말아 두었다가 부드러워진 흰 부분을 눌러서 꺼내 로메스코라는 소스에 찍어 먹는다. 아몬드와 로스트파프리카, 토마토, 식초와 오일을 섞어 만든 소스는 부드럽고 달콤한 대파와 조화를 이뤄 환상적이다. 레드와인이나 카바 스파클링과 함께 즐긴다.
언젠가 내가 TV 요리쇼에서 프라이팬을 이용해 만든 적이 있는데, 시작할 때는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맛을 본 후 열광했던 기억이 있다.
프랑스인들은 바게트와 함께 꼭 장바구니에 담을 만큼 리크를 사랑한다. 감자리크수프, 리크비니그레 등이 프랑스 요리 공부를 처음 시작하면 배우게 되는 요리다. ‘부케 가니’라고 해서 여러 가지 허브를 리크의 초록 부분과 함께 묶어 기본 국물을 낼 때 같이 넣어 끓이는 향 다발도 빼 놓을 수 없다.
어제 시장에서 사온 싱싱한 달래 한 단으로 양념장을 만들고 갓 지은 밥 한 그릇과 비벼 봄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느껴보려고 한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