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참사 희생자 유족 오열 경찰, 외벽 고정 지지물 이탈 확인
3일 부산 해운대 엘시티 신축 현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수사 당국은 55층에서 추락한 안전발판구조물을 벽면에 고정하기 위해 사용된 부품들이 빠진 자리(점선 안)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그는 동갑내기 아내와 일곱 살배기 딸을 둔 가장이었다. 4일 부산 해운대백병원에서 만난 남 씨 유족은 “딸을 너무도 사랑했던 자상한 아빠였다. 아이에겐 아빠가 아파 누워있다고 둘러댔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오열했다.
남 씨가 지난해 직장을 잃자 가족들은 조급해하던 남 씨에게 “실업급여라도 받으며 원하는 직장을 천천히 찾아보라”고 다독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낯선 일을 택했다. 유족은 “워낙 책임감이 강해 집에서 쉬면 가족이 걱정할까봐 서둘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남 씨는 수년간 뇌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한 홀어머니도 경제적으로 도와야 하는 처지였다. 유족은 “이렇게 높은 곳에서 위험한 일을 하는 줄 알았으면 말렸을 텐데…”라며 울먹였다. 유족들은 포스코건설에 남 씨 딸의 학비 지원을 가장 중요한 보상 조건으로 제시했고,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이다.
안전 관리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경찰은 사고 당일 구조물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하청업체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포스코건설도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며 유족에게 사과했다. 포스코건설은 엘시티 공사장에서 2016년과 지난해 안전교육 미실시 등을 이유로 부산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두 차례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안전불감증이 사고를 부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