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前국회부의장
83세를 일기로 3일 별세한 김종호 전 국회부의장(왼쪽)이 2000년 7월 ‘자유민주연합 교섭단체 밀약설’에 항의하기 위해 집으로 찾아온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양주를 꺼내 따라주고 있다. 동아일보DB
6선 의원을 지낸 김종호 전 국회부의장이 3일 별세했다. 향년 83세.
충북 괴산 출신인 고인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내무부 주사에서 장관까지 지낸 관료 출신이다. 이후 1981년 11대 총선에서 민주정의당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한 뒤 내리 6선을 지냈다. 16대 총선에선 한나라당에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으로 당적을 바꾼 후 충북 괴산 공천에서 탈락했다가 다시 전국구 의원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자민련 상임고문과 부총재, 대한민국헌정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고인은 좌우명을 ‘인자무적(仁者無敵·어진 사람에게는 적이 없다)’으로 삼았을 만큼 친화력이 뛰어났다. 2000년 7월 국회부의장 시절 자민련 교섭단체 밀약설에 항의하기 위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고인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고인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양주를 꺼내와 웃음으로 대접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항의할 것은 모두 했다”며 돌아간 일화도 있다. 그 해 7월 법안 날치기 통과와 관련해 항의하러 온 한나라당 의원과 보좌진에게 자장면 130그릇을 대접하기도 했다. 중국의 덩샤오핑(등소평) 전 주석처럼 단신(短身)이면서도 리더십이 강해 ‘김소평’ ‘작은 거인’으로 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