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사단 5일 방북]북핵 문제 중대 분수령
한미 훈련에도 영향 주나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대북 특별사절단을 북한에 파견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한미 연합훈련 조정 여부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의 핵심 전력인 미국 제3함대 소속 핵항공모함 칼빈슨함이 지난달 23일 남중국해에 나타난 모습. 사진 출처 미군 태평양사령부 홈페이지
관건은 사절단의 방북 성과다.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의 양보를 이끌어낸다면 ‘한반도 운전석’에 다시 앉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중재외교가 별 진전 없이 마무리되면 4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앞두고 한반도엔 다시 지난해의 긴장이 재연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역풍 속에 작지 않은 외교적 부담을 안을 수도 있다.
○ 정의용, 북-미-중 순차 방문한 뒤 2차 방북할 수도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직접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특사 방북 결과를 공유하자”고 한 바 있어 가능성은 높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김정은 면담 결과를 미국에 전달하면서 미국의 반응을 받아 돌아올 예정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 폐회식 때 북한 대표단으로 방한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 선언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며 핵·미사일 실험 중단 등 사전 신뢰 조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답변을 받아 미국에 전하고 북-미 대화를 설득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미 대화를 위한 미국의 추가 요구가 나오면 이를 전달하기 위해 정 실장이 다시 한번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서는 북한을 다시 방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가면서 간극을 좁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절단은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 관계 회복과 북-미 간 비핵화 대화의 ‘투 트랙’으로 접근할 방침이다. 남북 교류의 전면적 개선을 위해선 북-미 대화를 통한 제재 완화가 기본이지만, 북-미 대화가 안 된다고 남북 관계 회복도 마냥 미룰 수만은 없다는 기류가 청와대에 확산되고 있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제재를 피해서 할 수 있는 분야부터 남북 교류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인지 북-미 대화를 통해 획기적으로 풀어나갈 것인지는 북한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 靑 “중매는 한 번 안 되면 두 번, 세 번도 해야”
다만 중재외교가 단기간 성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등한 지위’를 요구하며 핵보유국 인정을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미국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 의지 표명을 대화의 조건으로 앞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 정가에선 한국의 북핵 중매 외교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방한했던 제임스 인호프 미 상원의원(공화당)은 3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대북 문제에 매우 유화적인 자세가 되었고 북한의 위협을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도 사절단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과 미국의 대화 조건은 아직 변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한 차례의 방북과 방미로 답을 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