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사단 5일 방북]‘김정은 메시지’ 전세계 주목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12일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 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으로부터 방한 결과를 보고받은 뒤 기념촬영에 나선 모습. 동아일보DB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때 남측 조문단을 ‘상주’로 맞은 적은 있지만 집권 후 한국 측 인사를 맞는 것은 처음. 아직 대화의 장소와 형식, 내용은 ‘깜깜이’다. 김정은이 대화 기조를 이어갈 수도, 아니면 평창에 이어 ‘평양 선전전’을 펼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동시에 흘러나오고 있다.
○ 김정은, 안방에서 북핵 외교 무대 데뷔전
현재로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한 사절단이 5일 평양으로 간다는 사실만 확정됐을 뿐 이후 일정은 공개되지 않은 상황.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일 “누구를 만날지 최종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지난번 김여정 특사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만큼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우리 사절단이 김정은을 언제 어디서 볼 건지는 평양에 간 뒤 북한이 설명해줄 것으로 안다”며 “특사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만나주겠다는 뜻이다. 오찬이나 만찬 같은 일정도 북한이 추후 통보해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일단 사절단이 머물 것으로 보이는 백화원 초대소에는 서울과 연결되는 전화가 깔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김정은과의 접촉면을 넓혀 의중을 직접 파악하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핵과 북-미 대화에 대한 김정은의 입장은 신년사 등을 통해 알려져 있지만 그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은 처음이다.
김정은은 그동안 중국에까지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 정도로 대외 관계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2015년 10월 10일 노동당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당시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다정하게 대화하는 모습이 중국중앙(CC)TV에 방영됐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김정은은 당시 “중국 것들에게 끌려다니지 말라”고 당과 군의 고위 간부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특사로 방북했던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결국 김정은을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 중매 거부하고 직접 북-미 대화 시도할 수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 일단 대화의 의견을 성숙시키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때문에 남북이 대북제재 아래에서도 펼칠 수 있는 인도적 교류 등 협력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수 있다.
손기웅 전 통일연구원장은 “김정은에게 남북교류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유인책을 제시해야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어렵게 성사된 대북특사 파견인 만큼 이번 기회에 비핵화 대화만이 김정은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을 면전에서 진솔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북-미 중매가 당장 결실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손 전 원장은 “김정은은 북-미 대화 성공의 공을 우리에게 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남측의 의견을 경청했다’고 말한 뒤 정작 트럼프와의 대화는 북-미가 공동선언을 통해 밝혀 각각 세계적 지도자임을 과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황인찬 hic@donga.com·문병기·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