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지사가 지난달 25일 저를 부르더니 ‘미투’ 열풍을 언급하며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왔습니다. 하지만 안 지사는 그날마저 저에게 ‘그 짓’을 했습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현직 정무비서 김지은 씨(33)는 5일 jTBC에 출연해 안 지사로부터 당한 성폭행 피해를 힘겹게 털어놨다. 김 씨는 “최근 미투 열풍에 안 지사가 진심으로 사과할 줄 알았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성관계를 요구해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안 지사가 가장 두렵다. 저의 안전을 국민들이 지켜주셨으면 하는 심정에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말했다.
● 김 씨, “다른 피해자들도 있다”
김 씨는 “안 지사가 성폭행을 한 뒤 ‘괘념치 말아라’ ‘잊으라’고 자주 말했다”며 “‘내가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부끄러운 짓을 해서 미안하다’ ‘상처를 줘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성폭행을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안 지사 옆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이니까 제가 얘기했을 때 제가 잘릴 것 같았다. 스위스 출장 직전 전임 수행비서에게 문제 제기를 했지만 아무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또다시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안 지사 외에 다른 성추행 피해를 입은 뒤 주변 인물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아 좌절했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합의한 성관계”였다는 안 지사의 주장에 대해 “저는 지사님이랑 합의를 하고 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다. 지사님은 제 상사이시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사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안 지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더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 씨는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국민들이 저를 지켜주신다면 그분들도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여자 문제 우려가 많았는데…”
김 씨는 경선 캠프에서 홍보팀 소속으로 일하다 곧바로 안 지사의 수행비서가 됐다. 수행비서는 별도의 공식절차 없이 지사가 임명한다. 주변에서는 “수행비서는 국내외 출장을 따라 다녀야 하는데 과연 여성이 적합한가”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안 지사 측은 그대로 임명했다. 이날 폭로 후 “김 씨는 항상 근심 어린 표정이었는데 이런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던 탓이었나 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안 지사의 잦은 출장을 둘러싸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안 지사는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떨어진 뒤 5월부터 9월까지 매달 해외 출장을 나갔다. 올해도 1월부터 임기가 끝나는 6월 말까지 해외출장이 예정돼 있다. 도지사 출장비는 항공료 1등석과 호텔 숙박 등 비용이 만만찮다. 여기에 전문 통역사 항공료와 체재비까지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래서 도청 공무원 중에서는 “행정혁신을 내세운 안 지사 때문에 해외 출장을 가도 촉박한 일정을 소화하고 바로 귀국해야 했는데 정작 본인은 긴 해외 출장으로 도정공백을 초래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홍성=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