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사단 방북]김정은, 특사 첫날부터 파격 행보
대북 특사단(왼쪽부터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원대연 기자
○ 김정은, 북핵 외교 첫 등판서 ‘화끈한 행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일이라면 시간을 끌다가 한국으로의 귀국 시간이 임박해서야 특사단을 만났을 텐데 김정은은 도착 즉시 만났다. 아버지보다 더 저돌적이고 호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이번은 김정은의 북핵외교 무대 ‘데뷔전’이다. 한국 측 인사와 만난 것도 2011년 12월 27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의 금수산기념궁전(현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조문단을 맞은 이후 처음이다.
당시 김정은과 악수를 했던 김홍업 전 의원은 “(김정은이) ‘와줘서 감사하다’고 말했고 딴 얘기는 안 했다.(김정은의) 살집이 두툼한데 손이 좋더라”라고 말한 바 있다. 다른 참석자는 “흰 피부에 앳된 표정이었다. 딱 부잣집 도련님 같았다”고 인상을 전했다.
5일 드러난 김정은의 모습은 6여 년 전과는 딴판이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정은은 2013년 12월 고모부 장성택 처형 이후 사람이 싹 바뀌었다. 발언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고 행보에도 거침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 아버지와 닮은 ‘기분파’, 돌발 제안할 수도
대북 특사단의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 전경. 평양 대동강변에 위치한 고급 휴양 시설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점차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이나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내 능력이 안 따라가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는 보다 더 분발하고 전심전력하여 인민을 받들겠다”는 문구는 김정은이 직접 집어넣지 않고서야 들어갈 수 없는 대목이다. 정성장 실장은 “김정일은 틀에 박힌 스타일로 교조적인 언어밖에 구사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보다 직설적이고 감정적”이라면서 “이번 대북 특사단에 김정은이 돌발 제안을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당시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파괴’ 발언 후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며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제 할 소리만 하는 늙다리에게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비난했다. 김정은이 한국 특사단에 입을 연다면 이렇게 직접적이고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 파급력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있다.
○ 김정은, 건강이상설 확인될 듯
애연가로 알려진 김정은은 현장 시찰뿐만 아니라 집무실과 공연장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노출됐다. 간부들과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자주 공개된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더 어른스럽게 행동하려 할 것이고, 더 자기 주도로 대화를 이끌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특사단 앞에서 일장연설을 펼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상균 국정원 2차장이 특사단에 포함되면서 그동안 김정은 신상을 둘러싼 각종 의혹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고모부 장성택 등 위협적인 인물들을 대규모 숙청한 이후 김정은이 술과 담배를 지나치게 가까이 한다는 관측까지 돌았다. 또 취임 전에 비해 몸무게가 40kg 증가해 130kg까지 나간 것으로 파악돼 끊이지 않았던 건강이상설도 일부분 사실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황인찬 hic@donga.com·신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