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화팩스, 암호화된 신호로 전송… 위성전화는 긴급상황서 사용 김여정 방남 때도 비화팩스 가져와
5일 평양 고방산 초대소에 도착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은 가장 먼저 청와대에서 가져온 비화(秘話) 팩스와 위성전화를 설치했다. 특사단은 비화 팩스를 통해 청와대 상황본부에 “오후 2시 50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고 보고했다. 북한에서 날아온 특사단의 ‘1신(信)’이다.
이 팩스에는 “오후 6시부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접견 및 만찬을 갖기로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긴장된 상태로 특사단의 팩스를 기다렸던 청와대 관계자들은 “예정됐던 일정으로 가고 있다”고 안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특사단과 청와대 상황본부 간 ‘핫라인’은 비화 팩스와 위성전화 등 두 가지다. 이 장비들을 다룰 줄 아는 정보 당국자도 특사단 수행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장비 중 청와대가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비화 팩스다. 청와대 관계자는 “위성전화는 아무래도 보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암호화된 신호로 전송돼 우리만 해석할 수 있는 비화 팩스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위성 전화는 도·감청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긴급 상황에만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특사단은 도착 보고를 시작으로 이날 청와대 상황본부에 비화 팩스를 이용해 추가 보고를 했다. 청와대는 “언론 브리핑도 비화 팩스로 도착한 내용 중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를 토대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특사단의 평양 활동 사진은 위성망으로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단에는 국내 취재진은 물론이고 청와대 전속 사진단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특사단은 수행단이 직접 찍은 사진 3장을 e메일로 청와대에 전송했고, 청와대는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유선전화 사용 여부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통상 남북은 방문단의 편의를 위해 숙소에 유선으로 된 연락 채널을 마련하지만 보안 문제 때문에 이 유선전화를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고 자체적으로 마련해 간 통신 수단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다만 1월 31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강원 원산 마식령 스키장에서 열린 남북 스키공동훈련 취재 때는 유선전화가 사용됐다. 당시 방북 취재단은 북한 측이 마식령호텔에 마련해 준 유선전화를 통해 서울의 남측 회담본부로 전화를 걸어 취재 내용을 불러줬다. 호텔에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컴퓨터가 있었지만 우리 측 취재진의 사용은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