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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결핵치료 공짜” 외국환자 우르르

입력 | 2018-03-06 03:00:00

무료혜택 외국인 10년새 3배로
치료비용 5000만원까지 들지만 건보 미가입 외국인도 대상 포함… 완치前까지 강제 추방 안 해
의료 허점 노린 브로커 활개




중국인 A 씨(35)는 지난해 8월 상하이의 한 병원에서 폐결핵 진단을 받았다. 일반 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 ‘다제(多劑) 내성균’이어서 현지에서 약을 구하기 어려웠다. 그는 한국에서 일하는 삼촌의 권유로 지난해 11월 한국에 왔다.

단기 관광객으로 입국한 뒤 곧바로 국립 결핵병원에 입원했다. A 씨는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지만 치료비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국립 결핵병원에선 국적과 관계없이 결핵 치료비를 전액 건강보험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5일까지 A 씨에 대해 지급된 진료비는 3000만 원이 넘는다.

한국 정부가 결핵 무료 치료 정책을 추진하면서 외국인 결핵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병·의원에서 결핵으로 진료받은 외국인 환자는 2007년 791명에서 2016년 2940명으로 10년 사이 3배 이상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인 결핵 환자가 13만3426명에서 8만7026명으로 34.8%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보건복지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인 국내 결핵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 결핵 치료비와 입원료의 본인부담 비율을 10%로 다른 질환(20∼60%)보다 훨씬 낮게 유지해왔다. 2016년 7월부터는 아예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는다. 환자 1명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은 일반 결핵이 700만 원, 다제 내성 결핵은 3000만∼5000만 원이다. 환자가 내는 비용은 입원 시 밥값의 50%뿐이다.

정부는 치료 목적 입국자를 걸러내기 위해 2016년 3월부터 중국이나 네팔 등 ‘결핵 고위험국’ 19개국 입국자를 대상으로 “결핵균이 없다”는 진단서를 받고 있다. 문제는 91일 이상 체류 비자를 내줄 때만 이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 관광객으로 입국한 뒤 국립 결핵병원에 입원하면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더욱이 허가된 체류 기간이 지나도 결핵이 완치되기 전에 이들을 강제 추방하지도 않는다. 일단 입국한 외국인을 치료해주고 내쫓지 않는 건 보균자로부터 한국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박미선 질병관리본부 결핵조사과장은 “치료되지 않은 결핵 환자를 항공기나 선박의 밀폐된 객실에 태워 보내면 다른 승객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했다. 결핵은 공기를 통해 전염이 된다. 의료계에선 이런 허점을 노리고 외국인 결핵 환자를 한국으로 보내는 전문 브로커까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외국인까지 무료 치료 혜택을 줘야 하는지를 두고는 의료계 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김대연 국립마산병원장은 “원정 치료를 오는 외국인 결핵 환자는 여느 환자보다 독한 결핵균을 보유한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한국행을 결심할 유인을 없애거나 아예 치료비를 건강보험이 아닌 공적개발원조(ODA) 재정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치료 기회조차 주지 않으면 이미 결핵을 앓는 외국인조차 음지로 숨어 국내 감염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결핵은 곧 추방’이라는 인식은 오히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