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 덩치 커졌지만 부실 기술신용대출 작년 112조8000억 2014년 2000억서 500배 급증… 기존대출 이름만 바꿔 규모 늘려
창업이나 벤처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국내 기술금융이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질적으로는 여전히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 현대경제연구원은 기술금융의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내고 국내 기술금융 규모가 3년 만에 500배 이상 급증했지만 내실이 부족하고 초기투자 규모도 낮다고 지적했다. 기술금융은 창업, 연구개발(R&D), 기술사업화 등 기술혁신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해당 기술의 가치를 평가해 지원하는 금융이다. 기술력은 있지만 자본이 빈약한 작은 기업들이 커 나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양적으로 국내 기술금융은 팽창하고 있다. 기술신용대출은 2014년 7월만 해도 2000억 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6월 112조8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대출 건수도 2015년 6월 6만3203건에서 지난해 6월 25만2295건으로 늘었다. 기술을 담보로 돈을 지원받는 기업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벤처투자도 2013년 1조4000억 원에서 2016년 2조2000억 원으로 늘었다.
초기투자가 저조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내 벤처기업에 지원되는 자금 중 창업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액은 2016년 기준 36.8%다. 나머지는 회사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중기, 후기 기업들에 돈이 몰린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투자액의 68.2%를 창업 초기 기업들에 지원해주고 있다. 대부분의 벤처기업은 창업 초기에 재정적인 어려움을 가장 크게 겪기 때문에 이 기간이 ‘죽음의 계곡’으로 불린다. 한국은 투자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우려해 초기투자에 인색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정작 가장 큰 도움이 필요할 때 자금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성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실제 기술을 기반으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은행권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고 초기투자 규모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