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내가 실수나 잘못을 저지를 때가 있고, 또 때로는 다른 사람의 실수나 잘못으로 운이 없어 일정 부분 영향을 받거나 책임질 때가 있다. 보고서에서의 단순한 실수에서부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투 운동과 같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알고도 잘못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나의 실수나 잘못으로 사고가 터지고, 누군가 피해를 보고 그로 인해 내가 궁지에 몰리는 순간이 올 수 있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실수나 잘못으로 궁지에 몰린 유명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지켜본다.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거짓 해명을 하거나, 사과의 시점이나 내용과 태도에 문제가 있어서 더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미안하다라는 유감의 표현에 ‘하지만’과 같은 접속사를 써서 변명이 길어지거나 ‘(피해자가) 기분 나쁘셨다면’과 같은 가정형을 쓰는 순간 사과는 그 힘을 잃는다. CNN방송에서 ‘완벽한 사과를 하는 법’이라는 기사를 소개하면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산더미’처럼 만들어 사과하라고 조언한 적이 있는데 이는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스스로 축소하면 상대방, 특히 피해자의 분노를 키우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역사상 가장 오래된 갈등 조정 도구인 사과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게 될 수 있다.
둘째, 사과를 ‘루저’의 언어로 생각하는 것 또한 오해다.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심리에는 자신의 권위가 떨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설득의 심리학’을 쓴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신뢰받는 권위에 대해 설명하면서, 사람들은 신뢰를 평가할 때 그 사람이 자신의 약점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고 평가한다고 말한다. 경영학자인 션 터커와 연구팀은 연구실험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사람에게서 더 변혁적인 리더십을 사람들은 발견하게 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전문가들의 논문까지 가지 않더라도 직장 내에서 자신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내가 그 상황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제대로 사과하는 것에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서투른 것일까? 신경과학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인간의 뇌에서 가장 발달된 영역이자 의사결정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전전두엽 피질의 역할은 줄어들고, 감정과 연관된 편도체의 역할이 커진다. 합리적 의사결정이 과학적으로 힘들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된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실수와 잘못 앞에서 사람들은 당황하고 스트레스 수준이 올라가면서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