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학생들을 수차례 성폭행하고 성희롱한 혐의로 기소된 시인 배용제 씨(54)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8년의 실형을 받았다. 배 씨는 학생들의 폭로로 문학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시발점이 된 인물이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김우수)는 6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배 씨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0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학생들의 구체적인 진술과 객관적인 증거들에 비춰 볼 때 배 씨가 학생들을 간음하고 추행했다는 공소 사실은 대부분 입증된다”며 “배 씨는 여러 가지 범행에 대해 향후에 깊이 생각하고 많은 반성을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배 씨를 구속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정현)에 따르면 배 씨는 여학생 5명을 성추행 또는 성폭행했다. 배 씨는 2013년 3월 창작실 안 서재에서 의자에 앉아 있는 A 양에게 “나는 너의 가장 예쁜 시절을 갖고 싶다”며 입을 맞췄다. 또 지방에서 백일장 대회가 열리자 A 양에게 “늦게 끝나니까 부모님께 친구 집에서 자고 간다고 말해라”라고 시킨 후 창작실로 불러들여 성폭행했다. 배 씨는 2013년 9월 B 양에게 “너는 내가 과외를 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며 입을 맞추고 신체를 만졌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