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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金씨 3代 北지도자 중 처음으로 한국 땅 밟는다

입력 | 2018-03-07 03:00:00

[남북 정상회담-비핵화 대화 합의]4월말 판문점 남측지역서 정상회담




특사단 배웅하는 김정은-리설주-김여정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5일 평양 노동당사 본관에서 만찬을 마친 대북 특사단에 손을 흔들며 배웅하고 있다. 북한이 특사단에 제공한 벤츠 구형 리무진이 실내로 들어와 특사단을 태우고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2000년, 2007년에 이은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4월 말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 3대(代)를 이어온 북한의 정상 가운데 김정은이 최초로 한국 땅을 밟게 되는 것이다. 정상회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핫라인을 구축하고 전화 통화를 갖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다시 한반도 운전석에 앉게 될지 여부는 이 정상회담 성과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평양 아닌 판문점 남측에서

당초 청와대는 김정은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며 신중한 기류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김정은이 특사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 방북을 제안하자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원칙적 수락 의사를 보이면서도 북-미 대화를 위한 여건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에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며 거리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대북 특사단에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정상회담은 급물살을 탔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남북 정상회담의 여건이 어느 정도 조성됐다는 것. 이에 특사단은 북측과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취임 1주년(5월 10일) 전에 정상회담을 갖는 데 남북이 잠정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앞선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다른 점은 남북 정상이 만나는 장소다. 김정은은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하며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지만, 문 대통령은 특사단을 통해 “우리 측으로 오라”고 역제안한 것. 청와대 관계자는 “특사단이 떠나기 전 내부 회의에서 정상회담 장소를 서울이나 제주로 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김정은의 남측 방문을 제안한 것은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 국면을 만들지 못한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도 있다.

○ ‘비핵화’, 정상회담 제1의제 가능성

정 실장은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 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 간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했으며,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사무실이 있는 청와대 여민1관 3층과 김정은의 사무실이 있는 노동당 청사 본관 책상에 직통 전화가 놓이는 것이다. 우발적 충돌이 한반도 긴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면이 잘 조성된다면 한미 정상 통화처럼 남북 정상 통화도 자주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르면 기본 설비 작업이 끝나는 3월 말경 첫 통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통화에서 정상회담 의제 등을 사전에 조율할 수도 있다. 3차 정상회담의 가장 큰 의제는 역시 비핵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이 비핵화 뜻을 밝히긴 했지만, 4월 말까지 구체적인 행동이 없다면 다시 원점에서 논의를 해야 할 수도 있다”며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도 북-미 대화의 진척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굉장히 신뢰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 대화 의지 등 진전된 합의를 도출한 것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방남한 김여정,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을 통해 김정은이 우리의 입장을 알고 있었고, 특사단에 그 답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되면서 4월부터 5월 30일까지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종료 시점이 언제가 될지도 관건이다. 군 관계자는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조기 종료될 가능성에 대해 “일단 정 실장이 백악관과 논의를 해야 종료 시점을 알 수 있다”며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면 훈련도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손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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