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청년 작가들]<3> 위로의 소설가 최은영
최은영 씨는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어가서 묘사하는 예술 장르로 소설에 견줄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독자로 하여금 삶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문학”이라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등단 뒤 해마다 젊은작가상, 허균문학작가상 등을 수상하면서 조명받은 그이지만 소설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수월치 않았다. 신춘문예, 문예지 신인상에 스무 번도 넘게 떨어졌고 서른 살이 되기 직전에야 작가가 됐다.
지방 소읍의 고교생이 일본인 교환학생과 나누는 우정, 프랑스 수도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여성과 케냐 출신 수의사 간의 교감 등 최 씨 소설의 인물은 주류가 아니라 변두리를 맴도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얼핏 비관적으로 보이는 삶 속에서도 “사람이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하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얘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멋진 이미지, 화려한 삶만 보인다. 타인의 SNS를 보고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도 생길 테고….” 최 씨는 그렇게 소외되는 사람들이 공감하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소설을 쓴다고 했다.
소설 쓰기란 오랜 시간 자신을 가둬야 하는 혹독한 작업이다. 그는 그럼에도 “마음에 덩어리져 있던 것이 구체적인 말로 나올 때, 소설의 세계를 만들어낼 때의 기쁨이 너무나 크다”고 했다. 그렇게 작가에게 삶의 동력이 되는 문학이지만 그는 “책을 읽어야 교양인이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소설이 트위터, 블로그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사회가 갖고 있던 권위주의가 문학에 덧씌워져 있었고 그 권위주의는 이제 끝나야 한다는 것, 장르의 위계가 있는 게 아니라 ‘잘 쓴 글’과 ‘못 쓴 글’만이 있다는 게 최은영 씨의 생각이다. 이 시대에 문학의 의미를 묻자 그는 “모두가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시대, 사이코패스가 성공하기 쉬운 시대에 한순간만이라도 다른 사람이 될 수 있고 그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경험, 그것은 문학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답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