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사단 결과 고무적이나 북의 ‘비핵화 조건’ 확인해야 한미 군사훈련과 주한미군, 美핵우산도 위협이라는 북, 北美평화협정-수교 이후에 비핵화하겠다면 어쩔 것인가 ICBM 배치 놓고 美분열시키면 김정은 1석4조 성과 거둘 수도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사)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우선 북한이 갑자기 ‘정의의 보검’으로 여기던 핵을 내려놓기로 한 의도와 배경에 석연찮은 점이 있다. 북한이 분명히 했다는 한반도 비핵화 의지가 우리 정부가 이해하는 것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다.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했다면 이를 ‘비핵화 의지’로 해석하는 데 무리가 있다. 이는 핵무기를 열심히 개발할 때도 부정한 적이 없다. 비핵화를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의미가 될 수도 있다. 2012년 미국의 대북 식량 제공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자제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2·29합의’가 깨진 원인도 용어에 대한 해석 차이 때문이다. 합의 44일 만에 북한은 광명성-3호 ‘위성’을 발사하면서 미사일이 아니라고 우겼고 미국은 합의 파기로 간주했다.
더 큰 문제는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모두 챙기고 난 이후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인지, 단계적으로 상호 연계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발표문의 문맥으로 보면 선불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모든 요구조건이 이행될 때까지 비핵화를 미루겠다면 핵, 미사일 개발 완료에 필요한 시간 벌기와 체력 보강을 위한 또 하나의 사기극에 불과하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진정으로 핵 포기 결단을 내리고, 비핵화 진도와 상응 조치 간의 연계를 받아들이면서 로드맵 수립에 진지하게 임할 자세가 확인되면 우리 정부도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이 현 단계에서 허를 찌르는 이런 절묘한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의 최우선 목표가 이미 개발한 핵 무력을 온전히 지키는 동시에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완성을 가로막는 경제 제재를 와해시키고 미국의 군사적 강제 조치를 피하는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북한이 솔직하게 비핵화 절대 불가 입장을 확인할 경우, 제재 강화를 자초하고 군사적 해법에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미국의 주전론자들이 쳐놓은 덫에 걸려들 위험이 있다.
따라서 북한이 현 상황에서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핵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비핵화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대화를 계속해 나가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현재로서는 비핵화 공약이 없는 동결을 일축하지만 다음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성과에 초조한 나머지 미국까지 날아올 ICBM이라도 막았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북한은 최소한 제재 강화와 군사적 옵션의 모멘텀을 꺾고 비핵화를 최대한 미루면서 미국과 동맹국을 이간시키는 1석 4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트럼프가 아무리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호언장담해도 김정은의 비범한 전략에 당하지 않을 재간이 있을까.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사)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