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가 이혼 상담을 빙자해 여성 변호사에게 전화로 성희롱을 했다는 진정이 지난달 대법원에 접수돼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A 판사는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가사 사건을 주로 다루는 법률사무소에 전화해 B 변호사를 지목하고 전화 이혼 상담을 요청했다. A 판사는 B 변호사에게 “이혼 사유가 되는지 알고 싶다”며 성기 수술 필요성 등 부부 성관계와 관련된 노골적인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화들짝 놀란 B 변호사는 “자세한 상담은 사무실로 방문해서 하라”며 전화를 끊었지만 성희롱을 당했다는 생각에 신원 파악에 나섰고, 발신번호를 추적해 현직 판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내용은 B 변호사가 지난달 14일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변호사들의 인터넷 카페 모임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다. 해당 글에는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변호사들이 수십 개의 댓글을 단 것으로 전해졌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등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을 상대방에게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