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이란 없다.” 타고난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맹활약한 국산 암말 경주마 루나와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던 장애마를 거두어 지극한 보살핌으로 성공신화를 쓴 마주 이성희 씨.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이성희 마주·김영관 조교사 보살핌 속
장애 극복하고 상금 7억5700만원 벌어
모두에게 희망 안기고 2015년 생 마감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한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모두에게 외면 받던 절름발이 장애마에서 한국 최고의 암말로 위풍당당하게 달렸던 ‘루나(LUNA)’.
장애마라는 편견을 깨고, 경주마로서 자기 몸값의 78배를 벌어들인 루나는 지금까지도 경마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한국 경마의 전설이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왜소한 외모와 유순한 성격을 가진 루나는 마필 관계자들로부터 주목받는 경주마는 아니었다. 특히 허리인대 염증으로 서있기만 해도 다리를 저는 그야말로 장애마였다. 경주마 경매에서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다가 이성희 마주에게 960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팔렸다.
하지만 루나는 새 주인을 만나 극진한 보살핌과 특성화된 훈련으로 부산경남경마공원 개장 이후 연전연승을 거뒀다. 루나를 택한 김영관 조교사는 수술 대신 허리를 강하게 단련해 스피드를 올리는 방식으로 장애를 극복했다. 김 조교사는 ‘현대판 백락(伯樂·말의 생김새로 그 말의 좋고 나쁨을 감정하는 상마를 잘했던 중국 춘추시대의 인물)’으로 불리는 인물로, 루나를 훌륭한 경주마로 성장시킨 일등 공신이다.
루나는 2005년과 2006년 경상남도지사배, 2007년 KRA컵 마일, 2008년 오너스컵 등 큰 대회를 석권했고, 2009년 11월 은퇴할 때까지 약 7억5700만원의 상금을 벌었다. 무려 몸값의 78배였다.
당시 김영관 조교사는 “나는 루나의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고, 루나는 나에게 진정한 조교사의 길을 보여주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루나는 모두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