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유격수 백승현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잘생긴 외모와 빼어난 수비력을 밑거름 삼아 류중일 감독의 신뢰를 듬뿍 받고 있다. 오키나와(일본)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요즘 LG 유격수 백승현(23)을 보면 떠오르는 선수가 있다. 바로 일본 국가대표 유격수 사카모토 하야토(30·요미우리)다. 이들은 잘 생긴 외모와 수비력이 뛰어난 유격수, 입단 첫해부터 강하게 컸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일본프로야구(NPB) 최고의 유격수로 평가받는 사카모토의 입단 초기와 마찬가지로 백승현도 그런 잠재력을 갖췄다.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와 탁월한 타구판단, 갈수록 향상하는 공격력을 보면 그에게 사카모토의 향기가 느껴진다.
사카모토 하야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백승현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통해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고 있다. 부동의 주전 유격수 오지환이 병무청의 국외여행 허가서를 받지 못해 전지훈련에 불참한 지금의 상황이 백승현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그는 꾸준히 유격수 자리에서 존재감을 뽐내며 그 기회를 살리고 있다. 6일 이시카와구장에서 열린 SK와 연습경기에선 최정의 타구를 기막힌 다이빙캐치로 걷어냈고, 큼지막한 좌월 홈런까지 터트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백승현은 순위다툼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22일 1군에 데뷔했다. 포스트시즌(PS) 진출을 위한 경쟁이 한창일 때 발목 부상을 당한 오지환의 대체자로 1군에 등록됐는데, 등록 직전에도 그의 신분은 육성선수였다. 살얼음판 순위경쟁 속에서 내야의 핵심인 유격수로 뛰며 경험을 쌓았다. 그야말로 ‘강하게 컸다’는 말이 딱 맞다. 당시 LG 사령탑이었던 양상문 단장은 “당황하지 않고 뛰더라. 수비할 때 움직임 하나하나에 눈길이 간다”고 했다.
LG 백승현. 사진제공|LG 트윈스
명 유격수 출신 류중일 감독의 지도는 성장의 밑거름이다. 동기부여가 크다 보니 많은 훈련량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백승현은 “정말 많이 운동하며 준비했다. 그래야 실력도 늘 것이다”고 밝혔다. 류 감독은 “백승현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잡아야 할 타구만 잘 잡아주면 된다. 경험을 쌓고 자신감이 붙으면 실력은 쭉쭉 늘 것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것이 아쉽지만, 점점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했다.
유격수 포지션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야구 철학도 확실하다. 백승현의 고속성장을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좋은 유격수가 되려면 내야 전체를 리드할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게 중요하다. 실전에 나설 때마다 항상 그 부분을 생각하고 실천하려 노력한다. (오)지환이 형이 있으니 나는 개막 엔트리에 진입하는 것이 1차 목표다.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의 목소리는 자신에 차 있었다.
오키나와(일본)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