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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고통주는 음향은 폭행”…군부대 앞 장송곡 시위 유죄 선고

입력 | 2018-03-08 22:25:00


군부대 앞에서 24시간 장송곡 시위를 벌여 장병들에게 스트레스와 귀 울림(이명) 피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주민 4명에게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법원이 “합리적 의사 전달 수준을 넘어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는 음향은 폭행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전주지법 형사4단독 노종찬 부장판사는 8일 육군 35사단의 전북 임실군 이전을 반대해 부대와 군청 앞에서 2년 가까이 장송곡을 틀어 스트레스와 이명 피해를 입힌 혐의(공동상해) 등으로 기소된 오모 씨(64)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 등 2명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서모 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노 부장판사는 “오 씨 등의 행위가 합리적 의사전달 행위를 넘어섰고 고성능 확성기를 틀어 피해자들에게 급성 스트레스를 가한 것도 폭행에 해당하다”며 “오 씨 등의 죄질이 좋지 않지만 고령이고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35사단 임실이전 반대투쟁위원회 관계자였던 이들은 부대 이전을 시작한 2013년 12월부터 2014년 1월까지 부대 앞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44~74db(데시벨)로 장송곡을 틀어 업무와 훈련을 방해하고 군인 4명에게 스트레스 반응과 이명 등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부대가 방음벽을 설치하자 확성기를 방음벽 위에 재설치하고 장송곡을 계속 틀었다. 이들은 또 2011년 3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임실군청 옆에서 72~81db의 음량으로 반복적으로 장송곡을 틀어 공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았다.

당시 전주지검은 오씨 등의 행위가 정상적인 시위가 아닌 장송곡 등의 반복 재생에 불과해 실질적 집회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또 상해죄까지 첫 적용했다. 악의적인 시위방송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면 폭행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주=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