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세계대전중 조명에 쓸 연료 아끼려 도입 11일 시작… “수면-심장에 해롭다” 폐지론도
시간을 인위적으로 앞당긴다는 다소 과격한 발상은 전쟁의 산물이다. 미 의회도서관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은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조명 등에 사용될 연료를 아껴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서머타임’을 처음 도입했다. 미국도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뒤인 1918년 3월 처음 도입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국은 ‘전쟁시간제(War Time)’라는 이름으로 같은 정책을 부활시켰다. 전쟁이 끝난 뒤 일부 지역에서만 주법에 따라 정책을 시행해 혼란이 야기되자 미 의회는 1966년 ‘서머타임’을 전국적으로 법제화했다. 4월에 시작해 10월에 끝나던 ‘서머타임’은 2007년부터는 3월에 시작해 11월에 끝난다.
하지만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면서까지 시간을 조정한다는 발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ABC방송은 7일 “심장마비 건수가 (시간 조정이 있는) 봄에 늘어나는 등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와 핀란드 등 유럽에서도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이유로 ‘서머타임’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부로 한 시간의 단잠을 빼앗기게 돼 뿔이 났을 시민들이 가장 기다릴 날은 11월 4일이다. 서머타임이 끝나는 이날 시계는 오전 1시 59분에서 2시로 넘어가지 않고 다시 1시로 되돌아간다. 사라졌던 시간을 되찾아 오는 날인 셈이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