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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기자회견 2시간 앞두고 돌연 취소, “나를 빨리 소환해달라” 검찰수사 대비

입력 | 2018-03-09 03:00:00

[미투 태풍]입장 발표뒤 추가 폭로땐 설상가상
회견 실익 없다고 주변에서 만류
충남공무원노조 “숨다니 비겁하다”




“회견 취소 문자 왔습니다” 8일 오후 1시경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 로비에서 한준섭 충남도 공보관이 안희정 전 지사로부터 기자회견을 취소한다는 문자가 왔다고 취재진에게 알리고 있다. 홍성=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검찰은 빨리 나를 소환해 달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가 8일 예정된 입장 발표를 돌연 취소하면서 남긴 메시지다. 안 전 지사 측은 이날 오후 1시경 이런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취재진에 보냈다. 입장 발표를 약 2시간 앞둔 때다. 안 전 지사는 “검찰 출석 전 국민과 충남도민 여러분 앞에 머리 숙여 사죄드리려 했다. 하지만 모든 분이 신속한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빨리 검찰에 출석해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이 국민 앞에 속죄 드리는 우선적 의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의 조속한 소환을 요청하며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안 전 지사는 5일 김지은 씨(33) 폭로 후 처음으로 8일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었다.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에는 취재진 수백 명이 몰렸다. 돌발 상황에 대비해 경찰 5개 중대가 도청 안팎에 배치됐다.

이날 갑작스러운 취소 결정은 안 전 지사 측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페이스북 사과 후 안 전 지사는 추가 발표 계획이 없었다. 그러나 7일 신형철 전 비서실장은 “아무 설명 없이 법적 대응에 나서는 건 도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입장 표명 계획을 알렸다. 8일 오전에도 신 전 실장은 “안 전 지사와 단둘이 갈 것이다. 30초가량 입장문을 낭독하고 끝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 전 지사의 등장은 결국 취소됐다. 안 전 지사 측은 입장 발표가 검찰 수사에 실익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은 물론 측근과 지인들도 대부분 안 전 지사의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강하게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입장 발표 계획을 밝힌 뒤 언론을 통해 두 번째 피해 여성의 추가 폭로가 나온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세 번째 피해 여성의 존재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입장 발표 후 새로운 폭로가 나오면 더 큰 비난이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남도 안팎의 비판 여론은 거셌다. 전날 추가 폭로 후 충남도 안팎에서는 “도청에 들어오는 걸 지켜봐야 하느냐”는 부정적 여론이 불거졌다. 외부 단체의 시민들 항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8일 현장에 우려스러운 상황은 없었다. 오히려 안 전 지사 측의 일방적 취소로 비판이 더욱 거세졌다. 충남도공무원노조는 이날 발표문을 통해 “국민과 약속한 회견조차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숨어버렸다. 참으로 비겁하다”며 “오늘부터 당신을 ‘안희정’으로 부르겠다”고 밝혔다.

홍성=지명훈 mhjee@donga.com·장기우·배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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