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대안학교 ‘여명’ 학생 3人, 英대사관 행사서 남북대화 소감 밝혀
사이먼 스미스 신임 주한 영국대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8일 서울 중구 대사관저 앞에서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2학년 최해군 군, 정지은 양, 강문강 군(왼쪽부터)과 함께 주먹을 쥐고 웃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통일 됐으면 좋겠어요. 정말 그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기자가 ‘4월 말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최해군 군(19)은 잠시 고민하다 이렇게 답했다. 2016년 한국에 입국한 최 군의 어머니는 탈북자다. 최 군은 “어머니한테 탈북 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학교에도 북한에서 온 친구들이 많다. 다른 사람들보다는 북한이 멀지 않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대북특사단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면담하고 귀국한 지 이틀 만인 8일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60)가 여명학교 2학년 학생과 교사 등 40여 명을 점심식사에 초대했다. 이번 주 부임한 스미스 대사는 한국 사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다 함께’ 캠페인의 일환으로 탈북 청소년들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북한은 김 씨 제국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강문강 군(19)은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이어지고 있는 현재의 대화 분위기에 대한 기대감을 털어놓았다. 강 군은 김정은이 대북특사단을 환대하는 사진을 본 뒤 “북한이 드디어 문을 열고 한국 사람을 맞이하는 걸 보니 김정은도 마음을 좀 바꾼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지은 양(18)도 “남북관계의 새로운 시작이 될 거 같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최 군은 “김정은이 이제 생각을 좀 바꿨으면 좋겠다. 머리를 통으로(통째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학생들의 소망은 하나였다.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고 나아가 통일이 이뤄지는 것이다. ‘통일이 되면 왜 좋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 군은 이렇게 대답했다. “어머니 친척분들이 아직 북한에 계세요. 어머니가 저보고 제 외삼촌이랑 많이 닮았다고 자주 말씀하시는데 전 외삼촌 얼굴을 몰라요. 통일이 돼 어머니와 함께 고향에 가보고 싶어요.”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