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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꽃피는 봄… 달짝지근한 멜로가 돌아왔다

입력 | 2018-03-09 03:00:00

로맨스-멜로 영화 줄줄이 개봉
“흥행 어렵다” 한동안 제작 기피… 소재 쏠림 식상한 관객들 다시 찾아
‘멜로 퀸’ 손예진 흥행성적 관심




‘멜로 퀸’ 손예진과 그간 주로 남성적인 연기를 선보이다 오랜만에 로맨스 연기를 소화한 소지섭 주연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겨울이 유난히 추웠던 탓일까. 꽃피는 계절을 맞아 극장가에도 봄바람이 분다.

‘로맨스 사극’을 표방한 ‘궁합’이 최근 3년간 개봉한 로맨스 영화로는 가장 빠른 개봉 7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015년 ‘뷰티 인사이드’가 개봉 9일 100만 명을 넘고 최종 스코어 205만 명을 기록한 뒤 오랜만의 기록. ‘궁합’을 시작으로 이달 극장가엔 로맨스·멜로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웬만해선 흥행이 어렵다” “관객 수요가 없다”며 ‘로맨스 가뭄’ 소리까지 나왔던 영화계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 손예진 곽재용 조상윤…멜로 장인들 복귀

가장 화제를 모으는 건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에서 독보적인 멜로 연기를 선보여 온 ‘멜로 퀸’ 손예진의 귀환이다. 14일 개봉하는 손예진 소지섭 주연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세상을 떠난 줄 알았던 아내가 기억을 잃은 채 남편과 아이 앞에 돌아온다는 판타지 설정의 작품. ‘건축학개론’에서 감각적인 촬영으로 호평 받은 조상윤 감독과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최기호 미술감독 등 멜로 장인들이 뭉친 영화라 더욱 눈길을 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치즈인더트랩’(위 사진)과 고현정 이진욱이 호흡을 맞춘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까지 올봄 멜로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뒀다. 리틀빅픽처스·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지금…’처럼 최근 작품들은 정통 멜로보다는 판타지 멜로나 로맨스 사극 등 ‘변주’의 성격이 강한 게 특징. 같은 날 개봉하는 오연서 박해진 주연의 ‘치즈인더트랩’도 ‘로맨스릴러’(로맨스+스릴러)를 표방한다. 원작 웹툰은 대학생들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지만, 영화는 베일에 휩싸인 캐릭터 등을 통해 스릴러 요소를 더했다.

한동안 멜로에 보기 힘들던 얼굴들도 찾아온다. 다음 달 배우 고현정이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으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논란의 드라마 ‘리턴’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이진욱이 상대역이다. 고현정은 촉망받는 소설가이지만 새로운 글이 써지지 않아 고민하는 유정을 연기했다.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 등을 연출한 곽재용 감독도 판타지 로맨스 ‘바람의 색’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 로맨스 훈풍 어디까지 이어질까

그간 한국 로맨스·멜로 영화는 개봉 자체가 뜸했다. 지난해 3월만 해도 국내 멜로 영화의 개봉은 이현하 감독의 ‘커피메이트’ 한 편에 불과했을 정도.

최근 한국 영화의 소재 쏠림이 너무 심각한 상태라, 식상한 관객이 다시금 멜로 영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관객들이 새로운 장르, 소재에 대한 갈증을 느꼈을 것”이라며 “‘지금…’ 역시 요즘 개봉하는 멜로 영화가 너무 없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최근 관객들은 사랑 이야기에 대한 목마름을 주로 재개봉 영화를 통해 채워왔다. 지난해 재개봉 영화 관객 순위를 보면 멜로 영화들이 많다. 2004년에 개봉했던 ‘이프 온리’는 16만 명이나 관람하며 1위에 올랐고, ‘원스’(3위) ‘첫 키스만 50번째’(4위) ‘러브레터’(10위) 등도 호응이 좋았다. 벌써 3번째 개봉하는 ‘타이타닉’도 멜로 가뭄을 틈타 지난달 다양성 영화 분야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했다.

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한국 멜로는 에너지가 응축됐다 한 번에 팍 쏟아지는 고유한 매력을 지녔다”며 “멜로 부활의 추세가 이어지려면 그간 인기를 끌어 온 일본, 할리우드 멜로와는 차별화한 자리매김이 꼭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