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기획 ‘넥스트 스텝’ 무용수 정소연 김병조 이재화 안무가로 변신 15∼17일 공연 농악의 칠채 장단과 어우러지고, ‘무용수의 청춘’ 무대서 풀어내
국립무용단 신작 ‘넥스트 스텝’에서 안무가로 변신한 국립무용단 무용수 이재화 정소연 김병조(왼쪽부터).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국립무용단이 올해 첫 도전 프로젝트로 단원들에게 30분 분량의 공연 안무 기회를 주는 ‘넥스트 스텝’을 선택했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국립무용단 단원 정소연, 김병조, 이재화가 안무가로 변신해 각각 준비한 공연을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난 정소연(41) 김병조(36) 이재화(31)는 안무가로서의 도전을 앞두고 설렘과 부담감을 느끼며 작품에 몰입하고 있었다. 셋 중 막내인 이재화는 전통 농악의 칠채 장단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웃다리농악을 대표하는 장단인 칠채를 춤, 음악, 판소리를 활용해 변주함으로써 전통 장단과 어우러진 우리 춤의 매력을 선사할 예정이다. “무용음악으로 칠채 장단은 잘 사용하지 않아요. 가무 악으로 쓰였다거나 소리꾼이 활용한 기록이 거의 없어요. 농악으로 쓰인 정도인데 소리꾼, 무용수, 연주자들이 한데 모여 칠채 장단을 요리해보자는 마음에서 작품을 구상하게 됐어요.”(이재화)
출연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스타무용수 조용진, 송설, 조승열과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웅녀로 등장해 고구려 시대 춤을 선보인 박혜지가 참여한다. 세 명의 안무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이재화가 무대에 오른다. 그는 “예상치 못한 출연자도 있다”고 귀띔했다. ‘국악계의 아이돌’로 불리며 국립창극단의 주요 작품에서 주역으로 활약하는 소리꾼 김준수가 그 주인공이다.
국립발레단 연수단원 출신의 독특한 이력을 지닌 김병조는 최근 국립무용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무용수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해 국립무용단 신작 ‘춘상’에서 ‘몽’ 역할로 첫 주역을 꿰찬 그는 올해 안무가로 ‘넥스트 스텝’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5월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맨 메이드’에서도 주연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넥스트 스텝’에서 무용수의 삶에 초점을 둔 작품을 들고 나왔다. 김병조는 “국립무용단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선배들을 보며 ‘그들의 청춘시절은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무를 짜기 전, 단원들을 한 명씩 직접 만나 오랜 시간을 들여 심층 인터뷰했다. 그는 “각기 다르게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이들이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고민했고 그 결과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려 했다”고 말했다.
가장 선배이자 홍일점인 정소연은 2005년 국립무용단 기획시리즈 ‘바리바리촘촘디딤새’를 통해 승무를 재해석한 ‘어떻게든’으로 안무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았다. 2007년 국립무용단이 9명의 안무가를 선정해 소개한 ‘안무가 페스티벌’에서 당당히 신작 ‘Nice Fishing’을 발표해 젊고 신선한 감각으로 호평받았다.
정소연이 이번 무대에서 창작한 작품의 주제는 음악 용어 ‘싱커페이션(syncopation·당김음)’이다. 정소연은 “죽음 욕망 인내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예측 불가능한 순간들에 ‘싱커페이션’을 대입해 다양한 정서를 가진 우리 춤을 보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석무용수 김미애를 비롯한 7명의 무용수, 5명의 연주자, 소리꾼 1명 등 모두 13명의 출연진이 무대에 오른다. 음악의 편성도 재밌다. 그는 “국악그룹 바라지 멤버들과 재즈피아니스트 송지훈이 음악을 함께 만들었다”고 전했다. 전석 2만 원, 02-2280-4114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