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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위의 메시’ 정승환, 10일 한일전을 부탁해!

입력 | 2018-03-10 03:00:00

[패럴림픽 개막] 장애인 아이스하키 예선 첫 경기
꽃제비 출신 탈북선수 최광혁 “도와준 분들께 좋은 성적으로 보답”
남자 바이애슬론 신의현 첫 금 도전
속도경기는 장애 정도따라 가중치… 1등 들어와도 금메달 못딸수도




○ 기다렸던 뜨거운 승부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의 성화가 밝게 타오른 가운데 한국 선수들은 대회 개막 후 첫날부터 뜨거운 승부를 펼친다.

결승 진출을 노리는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0일 오후 3시 30분 강릉 하키센터에서 예선 B조 첫 경기로 일본과 ‘한일전’을 치른다. 비장애인(피리어드당 20분)과 달리 15분씩 3피리어드로 진행되는 장애인 아이스하키는 예선 A, B조(각 4팀)에서 각 조 2위까지 준결승에 진출한다.

대표팀은 1월 열린 일본 국제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권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표팀의 핵심 공격수는 정승환(32)이다. 그는 다섯 살 때 공사장에 쌓아 놓은 파이프 더미에 깔리면서 오른 다리를 잃었다.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의족을 차고 축구와 농구를 즐겼다. 2004년 대학에 입학한 뒤부터는 의족을 벗고 슬레지(sledge·썰매)에 앉아 아이스하키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독종’으로 불리는 그는 입문한 지 2년도 안 돼 태극마크를 달았고, 대표팀 에이스로 거듭났다. 정승환은 “‘빙판 위의 메시’라는 별명이 부끄럽지 않도록 멋진 드리블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정승환과 함께 주목할 공격수는 ‘탈북 선수’ 최광혁(31)이다. 북한 함경북도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기차에 몰래 올라타 아이스크림을 파는 ‘꽃제비’ 생활을 했다. 열세 살 때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기차에서 떨어졌다. 왼쪽 발목을 다친 그는 왼쪽 무릎 아래 부분을 절단했다. 2001년 한국 땅을 밟은 그는 지인의 소개로 아이스하키를 시작했고 지독한 연습 끝에 한국 국가대표가 됐다. 그는 “그동안 나를 도와준 모든 사람을 위해 이번 대회에서 꼭 좋은 성적을 거둬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25분부터 열리는 남자 좌식 바이애슬론 7.5km에서는 신의현(38)이 첫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그는 지난달 바이애슬론 세계선수권 7.5k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평창 패럴림픽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11일 알파인스키 슈퍼대회전에서는 양재림(29)이 3년간 호흡을 맞춘 가이드러너 고운소리(23)와 함께 메달을 노린다. 이화여대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그간의 팀워크를 안방에서 뽐낼 각오다. 가이드러너가 먼저 출발하면 선수는 무선으로 전달받는 신호에 따라 슬로프를 내려간다. 두 명의 호흡이 그만큼 중요하다. 선수와 가이드러너가 함께 메달을 받는다.

○ 장애 정도에 따라 기록 계산 달라진다


패럴림픽에서 속도 기록 측정은 ‘팩터 시스템’을 따른다. 장애 정도에 따라 일종의 가중치(팩터)를 주는 방식이다. 장애 등급이 다른 선수들끼리 속도를 겨룰 때 발생하는 불공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적용된다. 적용되는 가중치는 그간 축적된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장애 등급마다 각각 다르다. 선수의 실제 기록에 이 팩터를 적용해 최종 기록과 순위를 정한다.

장애인 스키는 크게 좌식, 입식, 시각장애 스키로 나뉜다. 좌식 스키는 주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입식은 절단 장애인이 출전한다. 장애 정도에 따라 LW10(팔로 지지하지 않고 몸통 힘만으로 앉을 수 없는 상태)∼LW12(의족을 착용한, 입식·좌식 선택이 가능한 정도의 장애) 등급으로 나뉜다.

신의현은 LW12 등급이다. 팩터 시스템에 따르면 LW10.5 등급에 해당되는 선수들은 LW12 선수의 90%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골인해도 같은 기록으로 인정받는다. 시각장애 등급은 B1∼B3로 나뉜다. B1(매우 낮은 시력, 빛 인식 불가)∼B3(패럴림픽 참가 가능한 선수들 중 최소 수준의 시력 손상, 눈가리개 착용) 등급으로 분류된다. 양재림은 중간 정도인 B2 등급이다.

평창=정윤철 trigger@donga.com·임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