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달라도 재미와 감동은 그대로
3월 9일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대회가 개막했다. 패럴림픽 입장권은 3월 전에 이미 98%가 팔렸고,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패럴림픽 중계시간을 늘려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직접 경기장을 찾거나 중계 등을 통해 패럴림픽 경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열흘간 열리는 또 다른 겨울스포츠 축제지만 패럴림픽 경기를 처음 본다면 고개를 갸웃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패럴림픽 종목은 올림픽 종목과 경기 방식이 달라 간혹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나오기도 한다. 일례로 패럴림픽 휠체어컬링에서는 빙판을 닦는 ‘영미’를 볼 수 없다. 휠체어컬링은 스톤을 미는 투구로만 진행된다.
2017 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월드컵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종목에서 신의현이 사격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대한장애인체육회]
한편 패럴림픽 바이애슬론 선수들은 코스를 달릴 때 총을 메지 않는 것도 올림픽과는 다른 점이다. 사격 방식도 다르다. 올림픽 바이애슬론에서는 선수들이 ‘서서쏴’ ‘엎드려쏴’ 두 가지 방식으로 5차례 총을 쏜다. 패럴림픽의 경우 장애등급에 따라 종목이 나뉘고 종목에 따라 허용되는 사격 자세가 다르다. 시각장애와 입식(상지장애) 선수의 경우 ‘엎드려쏴’ 자세로만 사격할 수 있다. 좌식(하지장애) 선수는 ‘엎드려쏴’와 ‘앉아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시각장애 스키 선수들은 보통 안내자(guide)와 한 팀을 이뤄 경기에 참가한다. 시각장애가 심한 경우 반드시 가이드가 있어야 한다. 안내자는 시각장애 선수와 같은 트랙, 혹은 트랙 근처에서 함께 달리며 경기를 돕는다. 이때 안내자는 선수의 몸에 손을 댈 수 없다. 안내는 목소리로만 가능하다. 동계패럴림픽에서는 알파인 스키, 노르딕 스키 등 스키 종목에만 시각장애 선수가 참가할 수 있다.
설상 종목(알파인 스키)에서 한국 최초로 메달을 딴 한상민이 좌식스키를 탄 채 설원을 질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대한장애인체육회]
이렇게 고도의 기술을 겨루는 종목이지만 패럴림픽에서는 기록이 기장 앞선다고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는 건 아니다. 패럴림픽 알파인 스키는 결승점을 통과한 기록에 선수의 장애등급을 곱해 나온 최종 점수로 순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한국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경기 모습. [동아DB]
픽은 썰매를 탈 때 얼음을 지치는 용도로 쓴다. 즉 픽을 얼음 바닥에 찍어 추진력을 얻고 급선회한다. 픽 때문에 올림픽 하키 못지않게 민첩한 동작을 보여줄 수 있다.
MVP가 아니라 황연대올림픽에서는 각 종목에서 최고 기량을 보인 선수에게 최우수선수상을 수여한다. 패럴림픽에도 이와 유사한 상이 있다. 패럴림픽의 최우수선수상은 ‘황연대 성취상’. 한국소아마비협회, 정립회관 설립자로 장애인들의 권익보호에 앞장서온 황연대(80) 전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부회장의 이름을 딴 것이다.
소아마비 지체장애인으로 의사였던 황 전 부회장은 1988년 ‘제5회 오늘의 여성상’ 상금으로 받은 200만 원을 서울장애인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에 전액 기부했다. 그의 뜻은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인 ICC(현 IPC)에 전달돼 ‘황연대 성취상’이 만들어졌다. 1988년 이후 계속 시상식이 있었으나 2008 베이징패럴림픽 때부터 폐막식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지정됐다.
단순히 성적이 좋다고 주는 상은 아니다. 올림픽 최우수선수를 뽑을 때 성적과 함께 우정, 연대감, 페어플레이, 평화 등 올림픽 정신을 강조하는 것처럼 황연대 성취상도 ‘인간의 장애극복 의지’라는 패럴림픽 정신을 대회 기간 아낌없이 보여준 선수에게 시상한다. 수상자에게는 순금 메달이 수여된다. 패럴림픽에서 받을 수 있는 메달 중 유일한 순금 메달이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8년 11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