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서장원 기자. 동아일보 DB
김정은은 2016년 1월 6일 제4차 핵실험으로 시작한 2년 동안의 핵 무력 완성 무력시위 전략 도발 국면을 끝내고 2018년은 남북, 북미관계 회복을 위한 전방위 대화국면으로 전환하겠다는 큰 그림을 지난해 말부터 그렸을 것이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4월 말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는 한편 대방면적인 대화와 접촉,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고 5월 중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와 안보 및 체제 보장을 맞바꾸는 ‘그랜드바겐 프로세스’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우선 미국과 북한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비핵화’와 ‘안보 및 체제보장’이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협상과 합의, 오랜 기간의 이행과 검증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른바 ‘P5+1(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독일)’과 이란의 비핵화 합의는 시작부터 협정문 서명까지만 2년가량이 걸렸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이행과 검증 아이템 가운데는 최종 종결이 25년인 것도 있다.
9일 태평양을 넘어 전해진 5월 내 북미 정상회담 소식에 국내외 전문가들의 낙관론와 비관론은 점차 간극을 키워가고 있다. 낙관과 비관을 가를 쟁점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첫째는 대북 제재와 압박의 효용성이고 둘째는 김정은의 진정성, 셋째는 미국의 능력, 넷째는 국제사회의 역할이다.
이번 대화가 과거와 달리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는 측에서는 다음과 같이 가정한다. 첫째, 김정은의 국면 전환은 목까지 차오른 대북제재와 트럼프 행정부의 선제타격 위협이 효과를 냈다는 증거다. 둘째,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핵이 없이도, 국제사회에 경제를 개방하고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평양에 미국 대사관이 들어와도 독재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수용능력’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셋째,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과 의지,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넷째, 중국과 러시아 역시 핵 없는 북한을 원한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같은 쟁점에 대해 전혀 다른 생각이다. 첫째, 대북제재의 효과는 있지만 당분간은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다. 대북 선제타격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김정은도 잘 알고 있다. 둘째, 김 씨 3대 세습독재 체제 유지의 기반인 핵·미사일 개발을 목전에 둔 비핵화 제의는 기만적이다. 이번 대화제의에 진정성은 없다. 게임의 주도권을 놓지 않고 시간을 끌며 핵무력 최종 완성을 달성하려는 판에 박힌 이중전술이다. 셋째, 제대로 된 한반도 라인도 구성 못하고 트럼프 혼자 동분서주 하는 형국의 미 행정부는 수십 년 대미 협상에 달인이 된 김정은의 협상술을 당해낼 수가 없다. 넷째, 웅크리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도 11월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힘이 빠지면 대북 제재를 이완시킬 것이다.
역사가 어느 쪽의 손을 들지 단정할 수는 없다. 잠정적으로 올 11월까지는 북미 대화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진전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고분고분해진 김정은’ 카드를 중간선거에 활용하기로 결심한 듯 보인다. 6월 지방선거와 개헌을 앞두고 있는 문재인 정부도 성공적인 ‘중매자’의 이미지 만들기에 올인(다 걸기) 하고 있다.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북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