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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식 리허설 할 시간에 눈 치웠다”

입력 | 2018-03-12 03:00:00

1일부터 폭설에 매일 제설작업… 이문태 총감독 “역경 극복 사례”
전기시설 젖어 일부 장면 포기도




2월 28일 폭설로 뒤덮인 평창 올림픽스타디움. 이후 1일부터 개회식 당일인 9일까지 평창에만 1m의 눈이 내렸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직원들과 자원봉사자, 군부대 장병들이 제설작업에 나섰고 성공적으로 개회식을 치를 수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개회식 하루 전, 리허설을 하고 있어야 할 시간에 이문태 평창 패럴림픽 개회식 총감독(70)은 눈을 치웠다. 이 감독이 개회식 준비를 위해 평창에 도착한 1일부터 9일 개회식 당일까지 평창에 내린 눈은 총 1m에 달했다. 조명감독은 1800개의 조명을 개회식 당일에야 처음 켜봤다.

KBS 예능국장을 역임한 방송PD 출신 이 감독은 “저희가 조직위분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매일 눈 치우느라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 조직위원장님까지 직접 눈을 치웠다. 그런 정성 때문에 개회식이 성공한 것 같다”고 개회식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회를 전했다.

개회식 전날까지 대설주의보가 내려질 정도의 폭설로 조직위원장, 부위원장 등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조직위 전 직원과 자원봉사자, 군부대 장병들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하지만 그 험난한 과정 속에서도 패럴림픽 개회식은 2만1000여 명의 관중을 포함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남겼다. 장애인노르딕스키 대표 최보규와 북한 노르딕스키 선수 마유철이 함께 들고 입장한 성화는 아이스하키 한민수의 로프 등반을 거쳐 올림픽 컬링 돌풍을 이끈 ‘팀 킴’의 주장 김은정과 패럴림픽에서 컬링 열풍을 이어갈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주장 서순석의 손에까지 이어지며 ‘장애와 비장애의 공존’이라는 감동을 담아 올림픽 개회식 못지않은 화제를 모았다.

이 감독은 “개회식 전날까지 (등장인물의) 수많은 조합을 짜보며 고민했다”고 전했다. 그는 성화 봉송 주자들과 최종 점화자 역시 개회식 당일 오전 차례대로 걸어보는 게 리허설의 전부였다. 지금은 지나서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장애인 아이스하키 한민수 선수가 그(개회식) 전에 한 번도 성화 점화대 앞 슬로프(경사로)를 직접 로프로 올라가 보지 못해 긴장이 컸다”고 털어놨다. 개회식 직전 남북 공동 입장이 무산됐지만 이 감독은 “남북 선수가 같이 성화 점화 릴레이를 꼭 하게 해 달라”는 당부를 조직위에 전했고, 결국 남북 선수들은 공동 입장은 하지 않았으나 성화를 함께 들고 입장했다.

폭설로 눈 바닥이 젖어 작동하지 않은 전기시설 때문에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부분도 있다. 개회식 장면 중에는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이 없는 새로운 세상을 상징하는 ‘공존의 구’가 하늘 높이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당초에는 한 가닥의 실이 이 구를 감싸며 휘감아 도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려 했다. 하지만 폭설로 전기 장비가 고장 나 시도해 보지 못하고 공중에서 내려오는 방식으로 대체됐다.

고선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눈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의 리허설을 제대로 못 한 건 아쉬웠다. 하지만 다들 눈을 치우면서 몸에서 김이 날 정도로 땀 흘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 자체가 ‘장애 극복’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었다”며 “다행히 폐회 때까지는 날씨가 좋다고 하니 그때는 더 정돈된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평창=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