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비핵화 외교전]트럼프-김정은 어디서 만날까
처음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어디서?
○ 미국과 북한은 둘 다 부담스러울 수도
김정은이 먼저 미국에 대화를 제안한 만큼 평양에서 열릴 가능성이 우선 제기된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타는 ‘에어포스 원’ ‘캐딜락 원’이 평양에 내렸을 때 ‘쇼 업(Show up)’ 효과도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이유로 워싱턴도 아직은 반반이다. 김일성 김정일 등 역대 북한 지도자들이 미국 땅을 밟은 적이 없고 “김정은이 한 수 접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초대한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도 거론되지만 “지나친 환대를 베풀었다”는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뉴욕 유엔본부도 있지만 북한이 대북제재의 산실을 회담 장소로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장소를 놓고 북-미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회담 준비가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승부사적 기질의 두 지도자 중 어느 한쪽이 조속한 회담 개최를 위해 장소 문제도 통 큰 양보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떠오르는 판문점 카드
북한과 미국 땅을 벗어난다면 중매에 나선 한국, 그중에서도 한반도 분단의 상징적 장소인 판문점이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공간이자 김정은이 한반도를 벗어나지 않고 트럼프의 손을 잡을 수 있는 곳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도 “가장 확실한 장소는 판문점 평화의집” “한국과 북한의 국경지대가 적절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과 제주 등도 거론된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1일 “미국과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교섭해 나가는 과정에서 제주를 회담 개최지로 적극 검토해 달라”며 제안했다.
○ 스웨덴부터 공해상 선박까지 거론
AP통신은 9일 스웨덴이나 중립국인 스위스 제네바 등 다양한 제3의 장소에서 북-미 정상이 만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스웨덴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조만간 방문할 예정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리 외무상이 이곳에서 회담을 준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을 방문하는 미국인의 영사업무를 대행하는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관이 북-미 간 채널 역할을 하는 장점도 있다. 최근 스테판 뢰벤 총리까지 나서 “스웨덴 정부가 북-미 간 대화를 도울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6자회담 개최지였던 중국 베이징과 북-미 간 트랙 1.5(반민반관) 대화가 활발히 이뤄지는 싱가포르도 후보지로 거론된다. AP통신은 또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전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서기장이 몰타 인근 해상의 선박에서 만난 사실을 예로 들며 국제 공해(公海)상에 떠 있는 선박에서도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