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아트 선구자 리처드 터틀 ‘나무에 대한…’ 국내 첫 개인전
7일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에서 만난 리처드 터틀. 그는 “한국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가져 무척 기쁘다”며 “과거 경주를 방문했을 때 깊이 있는 고미술의 아름다움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그때 알아봤어야 했다. 이 양반, 심오하지만 머리를 쥐어뜯게 만들 거라는 걸. 전시장 작품 아래 죽 이어진 노란 띠. 이유를 물었더니 ‘한국의 색’을 반영한 거란다. 대가들의 예술관은 참 가늠이 어렵다.
7일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에서 만난 리처드 터틀 작가(77)는 ‘현대의 화가 열전’ 같은 목록에서 꼭 등장하는 이다. ‘포스트미니멀리즘’의 선구자라 불리는데 “섬세한 물질성과 형태, 빛, 질감의 미묘한 표현이 특징”이라고 평가받는다. 하여튼 대단한 미술가인데, 그는 이를 ‘시(poetry)’라고 표현했다.
그런 그가 생애 처음으로 한국에서 선뵈는 시(개인전)는 ‘나무에 대한 생각들’이다. 총 23점에 이르는 작품은 자그마한 액자 속에 접착제로 붙인 알록달록한 종이 조각들을 쭉 전시했다. 얼핏 유치원생의 마구잡이 놀이 같아 보이기도…. 침을 꿀꺽 삼키고 설명을 요청했다.
“세상의 모든 재료는 쓰레기처럼 취급하면 쓰레기로 반응합니다. 미학적으로 접근하면 아름다운 재료로 표현되죠. 자세히 보면, 각기 다른 조명 아래 서로 다른 공간과 운율이 느껴질 거예요. 영감(inspiration)에서 영혼(soul)을 끄집어내는 순간을 캐치하는 게 중요합니다.”
문득 떠올랐다. 어쩌면 이런 얘기 몰라도 되는 거 아닐까. 잠깐 눈을 거슴츠레 뜨고 혼자만의 조명을 만들어봤다. 창가로 스며드는 빛, 그걸 타고 어른거리는 액자. 어쩌면 이게 작가가 그렇게 강조한 모순(contradiction)일지도. 맘속엔 이미 아름다움이 저장됐으니. 5월 12일까지. 070-7707-8787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