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비핵화 외교전]문재인 대통령, 남북-북미회담 연계 의지
“성공 회담 되도록 국력 모아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여야, 보수와 진보, 이념과 진영을 초월하여 성공적인 회담이 되도록 국력을 하나로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4, 5월 열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목표를 이같이 밝혔다. 기존 회담 시나리오를 폐기하고 두 회담을 연계해 이참에 최종 목표로 내걸었던 한반도 평화체제와 남북 경제공동체 구축까지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던 청와대도 회담 준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주 후반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데 이어 회담을 위한 남북, 한미 실무접촉에 나설 방침이다.
○ 49일 만에 공개회의서 북한 문제 언급한 文
그동안 대북(對北) 문제에 대해 “유리 그릇 다루듯 하라”며 언급을 자제하던 문 대통령이 공개 발언에 나선 것은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 북-미 중재외교가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앞으로)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루려는 것은 지금까지 세계가 성공하지 못한 대전환의 길”이라고 말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공동성명’ 등 과거 북핵 합의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시간만 벌어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5월까지 이뤄질 남북, 북-미 정상회담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시도여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 단계별로 보상책을 협의했던 과거 6자회담 방식과 달리, 이번엔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수교 및 평화협정, 남북 경제공동체 구축 문제가 정상 간에 한 번에 논의되는 패키지형 톱다운(Top-down) 방식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1라운드가 될 남북 정상회담에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남북 교류 사업에 대한 합의를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산가족, 문화교류 등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분야에서 가시적인 합의를 추진할 것”이라며 “전면 중단된 남북 관계를 복원해 북한이 쉽게 지난해 상황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결과도 낙관하기 어렵고 과정도 조심스러운 것이 현실”이라며 “여야, 보수와 진보, 이념과 진영을 초월하여 성공적 회담이 되도록 국력을 하나로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 북-미 정상회담 중재도 맡을 듯
북한과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중재외교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감에 따라 청와대는 회담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청와대는 우선 이번 주초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인선을 마무리 지은 뒤 주 후반 첫 회의를 열 계획이다. 청와대는 지난 주말 이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한 정상회담 준비위 구성 초안을 완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정상회담 준비위 구성을 마치는 대로 북한과 본격적인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평창 올림픽 때처럼 공식 실무접촉은 물론이고 판문점 비공개 접촉 등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고 남북 정상 간 핫라인 구축도 함께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북-미 접촉을 중재하는 역할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여권 관계자는 “북-미 간 뉴욕, 스웨덴 채널 등이 있지만 기존 북-미 간 비공식 접촉을 맡아왔던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은퇴하면서 새로운 채널을 만드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