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완성된 8집 앨범 출시
그 길이 여기까지 닿았다. 호원대 실용음악과 교수, 음악가 정원영. 음악이 너무 하고 싶어 고교 2학년 때 “아버지한테 두들겨 맞은 뒤” 가출해 이 무대, 저 무대를 돌았던 그의 현재 모습이다.
최근 발표한 정원영의 3년 만의 신작은 이 씨에게 바치는 연주곡 ‘친구에게’로 시작한다. 부다페스트 스코어링 오케스트라(영화 ‘옥자’ ‘겟 아웃’ 참여)의 썰물 같은 현악 연주 위로 하모니카가 처연히 걸어간다.
친구가 열어준 음악의 길을 그는 이제 후학에게 보여준다. 정원영을 만난 호원대 실용음악과 1학년생들은 연주기법 대신 1년 내내 독서, 영화 음악 공연 감상을 한 뒤 그 감상을 글로 쓰는 것만 반복해 익혀야 한다. 장재인 손승연 이정아 우혜미 유성은 등 가수를 비롯해 수많은 연주자와 밴드를 길러낸 이 ‘마스터’도 뒤늦게 깨달은 게 있다.
“몇 년 전 김창완, 이장희 선배와 대화하다가 ‘곡을 먼저 쓰면 화성적·기술적 장식에 집착하게 된다. 가사를 먼저 쓰고 곡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깨쳤어요.” 환상소설처럼 독특한 정원영의 근작들은 그렇게 나왔다. “가사를 위해 단편소설도 몇 편 써뒀어요.” 5월에 낼 신곡 ‘맨발의 청춘’은 데이트 자금을 마련하려 마을금고를 터는 청년의 이야기다.
이번 미니앨범 ‘Table Setters’는 제목처럼 맛보기 음반이다. 가을에 발표할 8집의 첫 세 곡을 먼저 선보인 것. 5월 낼 2부에는 이 씨를 그리는 연주곡 ‘디아파종’도 들어간다.
“저는 나이도 많고 이제 학생들과 겨룰 때는 아니잖아요, 하하. 텔로니어스 멍크, 토킹 헤즈가 그랬듯 테크닉보다는 마음을 건드리는 음악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