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고비용 구조개선 헛바퀴 벤츠-BMW “싼값에 생산” 멕시코로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멕시코에 역전을 당하면서 한국 자동차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내수와 수출 동반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GM 쇼크’까지 겹쳐진 결과다.
1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올해 1, 2월 국내 생산 자동차 대수가 59만934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3만4728대)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멕시코자동차산업협회(AMIA)에 따르면 올해 1, 2월 멕시코 자동차 생산량은 63만2107대로 한국보다 많았다. 지난해까지 멕시코는 국가별 자동차 생산량 순위 7위로 한국(6위)에 뒤졌었다.
멕시코는 한국 자동차산업을 바짝 뒤쫓고 있었다. 지난해 한국과 멕시코의 자동차 생산량 격차가 4만6000여 대로 좁혀졌을 때 양국 순위는 곧 뒤집힐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을 아예 떠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올 때 한국을 대체할 생산지로 거론된 곳도 다름 아닌 멕시코다. GM은 현재 멕시코에 공장 2곳을 가동하고 있다. GM에 따르면 같은 자동차를 생산할 때 드는 평균 비용이 한국 공장에서 1대당 500달러(약 53만5000원)가량 더 든다. 1인당 평균 임금은 멕시코가 한국의 5분의 1 수준이다. 저렴한 인건비와 주력 시장인 미국과 가깝기 때문에 많은 글로벌 자동차회사가 멕시코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기아차는 2016년 9월 멕시코에 현지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하반기에, BMW는 내년에 멕시코에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현재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GM 차종은 크루즈, 트랙스, 에퀴녹스 등이다. 크루즈는 폐쇄가 결정된 군산공장에서, 트랙스는 부평공장에서 만드는 차다. 한국GM 관계자는 “GM 해외 공장 중 중국 공장은 중국 판매 물량을 책임지고 브라질 공장은 남미 물량을 소화한다”며 “한국과 멕시코는 다른 지역에서 팔릴 차량을 만드는 생산 기지라는 점에서 대체 관계에 있다”고 전했다.
한국GM 공장은 오랫동안 고비용 구조를 유지해왔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직원 1인당 평균 임금은 5% 이상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11년 7.4%에서 2016년 11.4%로 커졌다. 사실 국내 자동차산업 전체가 한국GM 같은 고비용·저효율 구조에 봉착해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자동차회사 5곳의 1인당 평균 임금은 9213만 원으로 일본 도요타 8520만 원, 독일 폴크스바겐 8270만 원보다 높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50, 60년대 일본, 2000년대 초반 독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모두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바꿔서 자동차산업을 생존시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국내외 기업 모두 투자를 꺼릴 것이고 주요 자동차 생산국 중 한국만 홀로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