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의 따뜻한 의료정책 이야기
의료기술과 바이오산업의 발전으로 100세 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삶의 질과 건강한 노후를 위한 의료·복지 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습니다.
지난해 동아일보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2017 대한민국 정책평가’에 따르면 국민들이 꼽은 좋은 정책 1위는 보건복지부의 ‘국가 예방접종 지원 확대’로 5점 만점에 3.87점을 받았습니다. 1954년에 시작된 국가 예방접종 정책은 매년 지원 대상 범위와 백신 종류를 늘려 만족도가 높은 정책으로 선정된 것입니다.
최근엔 만 12세 여아를 대상으로 한 자궁경부암 백신이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돼 백신 지원 대상이 한층 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예방접종 정책의 혜택은 주로 영유아로 범위가 한정돼 있습니다. 즉,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 보건지원이 매우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특히 노년층은 상대적으로 각종 질환의 위험성과 질병 부담이 높음에도 예방 접근성이 상당히 낮습니다.
더구나 통증으로 인해 만성 피로, 수면 장애, 식욕부진,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죠. 대상포진은 50세 이상 중·노년층에서 발병률이 높은데,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의료비도 2014년 1258억 원으로 2009년(884억)에 비해 42%나 증가했습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 수 역시 2009년 대비 2013년에 58% 증가했고 이로 인한 비용은 40% 늘었습니다.
진료비뿐 아니라 치료로 생업을 중단해 발생한 2차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국내 한 연구에 의하면 발병 후 30일 이내에 대상포진으로 평균 5일가량 일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상포진은 한 차례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합니다. 대한질병관리본부와 대한감염학회는 대상포진의 고통과 의료비 부담을 감안해 60세 이상 성인은 예방접종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백신 접종 비용입니다. 1회 접종에 15만∼20만 원이 듭니다. 고위험군인 성인도 선뜻 접종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자체 예산을 들여 노인 등 고위험군, 질병 취약계층의 예방 접근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북 순창군,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 등을 비롯해 각 지역 농협에서도 조합원들을 위한 대상포진 백신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건강한 노후 대비를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필수 예방접종의 범위가 성인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