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아일보DB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이번에는 과거 자신의 팬카페 운영자였던 닉네임 ‘민국파’ 씨와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정치인과 열혈 지지자로 만났던 두 사람이 현재 진실공방까지 벌이게 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처음 보도한 프레시안은 2011년 정 전 의원의 팬카페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이하 ‘미권스’)의 카페지기를 맡았던 민국파 씨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민국파 씨는 정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A 씨가 사건 당일로 지목한 2011년 12월 23일, 사건 발생 장소라고 언급한 한 호텔에 정 전 의원을 직접 데려다 줬다고 밝혔다.
이에 정 전 의원은 민국파 씨는 자신을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며 당시 동행하지 않았다고 재반박했고, 민국파 씨는 그 무렵 정 전 의원과 일정을 함께했던 사진을 공개하는 등 공방이 이어졌다.
카페의 운영을 책임지는 카페지기를 맡을 정도로 열혈 지지자였던 그였기에, 그가 언론에 직접 나서 정 전 의원의 과거를 폭로하는 등 정 전 의원에게 등을 돌리게 된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11년 무렵 ‘미권스’의 팬카페 회원수는 2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꽤 큰 규모를 자랑했고, 당시 카페지기를 지낸 민국파 씨는 정 전 의원이 ‘BBK 사건’과 관련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2012년 중순까지도 정 전 의원의 측근으로 불리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2012년 8월경부터다. 민국파 씨는 프레시안을 통해 “정 전 의원과 소원해진 시기는 2012년 이후의 일”이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당시 민국파 씨는 ‘미권스’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미권스’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식 선언했고, 선언 이후 카페 안팎에서 논란이 일자 수감 중이던 정 전 의원이 편지를 통해 “각자 지지할 후보는 마음에 담아두고, 각자 뜻을 표현하라”며 ‘미권스’ 차원의 특정 후보 지지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와 관련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2012년 8월 26일 민국파 씨는 카페 공지를 통해 “정 전 의원과 면회한 결과, 입장 차이를 명확하게 확인했다”며 문재인 후보 지지에 대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이를 번복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틀 뒤 당시 정 전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여준성 씨는 “의원님과 상의한 끝에 이 시간부로 ‘미권스’를 탈퇴한다”며 “정 의원이 감옥에 있는 상황에서 다른 길을 가려는 ‘미권스’를 그대로 볼 수 없다”며 탈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번 건은 특정후보 지지, 반대와 상관없는 미권스 카페지기의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라며 “카페지기는 이 사태에 대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민국파 씨의 카페 운영 방식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같은 두 사람의 관계와 관련 일각에서는 민국파 씨의 이번 폭로가 정 전 의원과의 구원 때문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민국파 씨는 프레시안을 통해 “(2012년 이후로)소원했던 건 사실이지만, 지난 연말 정 전 의원이 특별사면을 받은 이후 다시 관계가 복원되어 가고 있었다”며 옛날 서운한 감정 때문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한편 지난 7일 현직 기자 A 씨는 2011년 정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전 의원은 이날 예정됐던 서울시장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취소한 이후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성추행 의혹 보도는)전 국민과 언론을 속게 한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