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TF공간으로 인기몰이
9일 서울 위워크 역삼점에서 김정한 하나금융티아이 부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DT랩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직원들은 “일하는 공간이 편안한 분위기로 바뀌면서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동료 간 의사소통도 훨씬 잘 된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금융·증권사가 모인 여의도의 각진 사무실을 벗어나자 새로운 시도들을 하게 됐다. 출퇴근 시간과 복장을 자율에 맡겼다. 삭발을 해도, 슬리퍼를 신어도 모두 ‘오케이’다. 정해진 자리가 답답하게 느껴지면 위워크에서 근무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노트북만 들고 사무실을 나와 스낵바에 앉아 일을 해도 된다. 정 부장은 “사무실에 아무도 없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웃었다. 김정한 하나금융티아이 부사장은 “최신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하는 스타트업이나 금융 분야 젊은 전문가들과 소통하다 보면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이곳에 사무실을 꾸렸다”고 했다.
대기업이 딱딱한 기존 사무실을 벗어나 공유오피스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스타트업이나 프리랜서의 공간으로만 여겨졌던 공유오피스로 대형 기업이 눈을 돌리면서 오피스 시장의 판도도 바뀌고 있다. 공유오피스란 건물 한 층이나 한 채를 여러 회사 및 사람들이 나눠 쓰는 사무실을 말한다.
이들이 기존 오피스를 떠나 공유오피스로 자리 잡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관련 업계의 최신 트렌드와 기술을 빨리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위워크 관계자는 “단순 업무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 간 의사소통을 통해 보다 새로운 내용을 창출해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 위워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대기업 내에서도 시장 연구부서나 태스크포스(TF) 등과 같이 창의력이 요구되거나 시장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부서들이 주로 공유오피스에서 근무한다.
두 번째는 출장을 가거나 해외에 사무공간을 마련해야 할 때 공유오피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위워크의 경우 멤버십 회원으로 가입하면 전 세계 위워크 지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현대카드 역시 스튜디오블랙에 입주한 기업들이 원할 경우 현대카드의 해외 출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 진출에 필요한 사무실 마련이나 장기 출장 등에 들어가는 비용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오피스 시장 판도도 꿈틀대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유오피스와 기존 오피스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의 수요뿐만 아니라 공유오피스 공급 또한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말 6.3%였던 서울 오피스 공실률이 지난해 말 11.9%로 2배 가까이 뛰면서 건물주 입장에서는 건물을 쪼개서 임대하기보다는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 같은 공유오피스 업체에 통째로 임대하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