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 스퀘어 마켓 직원이 손 등에 심을 칩을 들고 있는 모습. 편리한 반면 개인정보가 침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Three square market
○ 인간+기계 ‘호모 사이보그’
‘사이보그’는 ‘인공두뇌학’을 뜻하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생물’을 뜻하는 ‘오거니즘(Organism)’이란 두 단어를 합친 말이에요. 미국과 소련의 우주 개발이 한창이던 1960년 미국인 맨프레드 클라인스와 네이선 클라인이 처음 제안했지요. 두 사람은 자신들이 쓴 글 ‘사이보그와 우주’에서 “인간이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주 환경을 지구처럼 바꾸는 것보다 인간의 기능을 개선해 사이보그가 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답니다.
이 칩 안에는 안테나와 집적회로가 들어 있어요. 집적회로 안에는 신분에 대한 정보나 은행 계좌 등의 정보가 입력돼 있지요. 칩이 판독기와 만나면 안테나가 집적회로 안에 들어 있는 정보를 전달해요. 우리가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교통카드를 찍는 것과 같은 원리랍니다. 카드 대신 손을 갖다 대는 것만 다른 셈이지요.
미국 피츠버그대 로버트 가운트 교수(왼쪽)가 네이선 코플런드와 실험을 진행하는 모습. ⓒUniversity of Pittsburgh
○ 텔레파시만으로 움직인다!
‘내 생각을 친구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면….’ 이런 상상을 해 본 적 있나요? 최근 과학자들은 텔레파시를 실현시키기 위해 활발히 연구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이는 연구가 한창이에요. 뇌의 운동 영역은 다른 영역에 비해 뇌의 바깥쪽에 있어서 신경 신호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요. 따라서 과학자들은 이 신호를 로봇 팔로 전달하는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답니다. 운동 영역은 우리 몸의 근육이 움직이는 걸 통제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나오는 신호를 파악하면 팔이나 다리의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거든요.
미국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2016년 자신의 트위터에 ‘뉴럴 레이스는 인류와 기계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하다’라는 글을 남겼어요. 뉴럴 레이스는 머스크 CEO가 목표로 하는 미래 기술로 사람의 뇌에 주사하는 그물 모양의 전극이에요. 주사기로 머리에 뉴럴 레이스를 넣으면 뇌 안에서 넓게 그물처럼 펼쳐져요. 그러면 이 그물이 뇌의 신경 신호를 컴퓨터로 전달하고, 반대로 컴퓨터의 전기신호를 뇌로 전달할 수도 있어요.
쉽게 말해 머릿속 정보를 컴퓨터로 다운로드하거나, 새로운 정보를 뇌로 업로드할 수 있는 장치랍니다. 이런 트위터를 남긴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17년 머스크 CEO는 뉴럴 레이스를 개발할 회사 ‘뉴럴링크’를 만들었답니다.
전문가들은 뉴럴 레이스를 완성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요. 한양대 생체공학과 임창환 교수는 “인류가 처음 달 착륙을 목표로 연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새 기술이 탄생했다”며 “마찬가지로 뉴럴 레이스 개발은 오래 걸리겠지만 그 과정에서 뇌와 관련된 수많은 기술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답니다.
2016년 11월,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그레구아르 쿠르틴 교수팀은 하반신이 마비된 원숭이를 다시 걷게 만들었다. 사진처럼 원숭이의 뇌(모형)에 전극을 심은 뒤, 여기서 받은 신호를 척수에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EPFL
○ 새로운 감각을 얻다!
그 결과 코플런드는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일 수 있었어요. 이뿐만 아니라 로봇 팔의 손끝에 있는 압력 센서에 뭔가 닿으면 뇌 촉각 영역에 전기 신호가 전달돼 촉각을 느낄 수도 있었답니다. 연구팀이 코플런드의 눈을 가리고 로봇 손가락을 만지자 어떤 손가락인지도 맞힐 수 있을 정도였지요. 촉감의 정확도는 84%나 됐어요.
과학자들은 시각과 청각을 보완하기 위한 기술도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어요. 지난해 미국 기업 세컨드사이트는 ‘오리온’이라 불리는 새로운 인공 눈을 개발했어요. 이 인공 눈은 선글라스와 뇌에 심는 칩, 그리고 컴퓨터로 이루어져 있어요.
우선 선글라스에 달려 있는 카메라가 시야를 촬영해 컴퓨터로 전송하면 컴퓨터는 이 정보를 뇌에 들어 있는 칩으로 전달하지요. 칩은 대뇌에서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부분에 박혀 있어 전기 신호를 전달받으면 ‘무언가를 보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답니다.
색을 소리로 인식하는 ‘아이보그’도 있어요. 바로 영국의 예술가 ‘닐 하비슨’이에요. 하비슨은 본래 색을 전혀 보지 못하는 색맹으로, 세상을 흑백으로만 볼 수 있어요. 그는 2003년부터 색을 소리로 바꾸는 안테나를 개발했고 1년 뒤 자신의 머리에 안테나를 심었지요. 그 덕분에 360개의 색과 함께 자외선, 적외선까지 소리로 들을 수 있게 됐답니다.
어린이과학동아 신수빈 기자 sb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