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해외한국학자료센터가 지난달 일본 교토대 서고를 조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민 고려대 연구교수, 안승준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서연구실장, 정우봉 센터장,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해외한국학자료센터 제공
반면 교토대 부속도서관의 가와이 문고는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해외한국학자료센터의 조사로 그 전모가 거의 드러났다. 일본의 조선 경제사 학자인 가와이 히로타미(河合弘民·1873∼1918) 박사가 수집한 이 자료들의 가치는 기대한 대로였다. 지난해 확인된 19세기 후반 면주전(綿紬廛·육의전의 하나로 나라에 명주를 납품) 상업문서만 해도 그렇다.
“조선은 상업을 천시한 탓인지 상인의 기록이 굉장히 부실합니다. 한데 이 면주전 문서들은 굉장히 방대하고 회계장부와 낱장 고문서가 함께 남아있어요. 이런 컬렉션은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어디서도 찾기 어렵습니다. 면주전 문서는 상인 조직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됐는지, 우리가 모르는 상업사의 공백을 채워줄 겁니다.”
그뿐만 아니다. 본보가 보도한 선조가 임진왜란 때 마부에게 내린 공신 교서(13일자 A14면)를 비롯해 가치 있는 우리 고문서와 고서가 해외에 산재해 있다. 향후 한국학 연구의 보고(寶庫)라고 할 만하다.
해외한국학자료센터는 2008년부터 미국 버클리대 동아시아도서관, 일본 동양문고, 도쿄대 오구라 문고, 오사카 부립도서관 등을 조사하고 서지 목록, 해제, 디지털 이미지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해 왔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일본만 해도 와세다대, 도호쿠대 도서관, 야마구치 현립도서관, 도쿄대 아가와 문고를 비롯해 조선본의 목록만 있거나, 그마저도 없고 조사가 전혀 안 된 기관이 수십 곳이다.
그러나 올해 6월 이후로는 센터의 해외 조사가 어찌 될지 불투명하다. 이 사업을 포함해 10년 동안 진행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학자료센터’ 사업 연장안이 지난해 정부 예산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센터가 발로 뛰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공개하는 데 한 해 3억 원이 좀 넘게 들었다. 이공계 연구에서는 하나당 10억 원이 넘는 장비가 즐비하다. 국가 연구개발 예산 가운데 인문사회부문이 2%도 안 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반백년을 내다보고 해야 할 일도 ‘10년이면 할 만큼 한 것 아닌가’라는 근거 부족한 판단 탓에 중단되는 듯싶어 안타까울 뿐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