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13일 화요일 맑음. 여름을 달리다.
#281 Enya ‘Dark Sky Island’(2015년)
‘도…미…레 파…미레미/도…미…레 파…미솔.’
쨍한 봄 햇살이 강한 인력으로 작용한 걸까. 2007년 여름이 문득 나를 향해 파도치더니 푸른 에게해와 하얀 집들이 기억의 연안에 밀려왔다.
깎아지른 듯한 갈색 해안 절벽, 크림을 얹은 듯 나타난 하얀 지붕들은 신기루처럼 마중 나왔다.
‘도…미…레 파…미레미/도…미…레 파…미솔.’
나의 뇌는 거대한 기억 도서관에서 다짜고짜 이 멜로디부터 길어 올렸다. 야니의 장엄한 연주곡 ‘Santorini’ 테마 선율. 내 기분은 마치 돈 내고 탑승한 페리의 여행자가 아니라, 무모한 모험 끝에 보물섬을 발견한 아이같이 돼버리고 말았다.
동경의 장소에 닿으면 어떤 선율이 유성이나 성냥개비처럼 뇌를 긋고 지나간다. 재작년 여름, 긴 사막 도로를 지난 승합차가 마침내 미국 캘리포니아주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외곽에 닿았을 때도 그랬다. 차창 밖으로 하나둘 마중 나온 나무들은 하늘 향해 두 팔 벌려 고행을 자처한 순교자 같았다. 내 심장은 절로 U2의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을 연주했다. ‘레-라-솔-파#-솔-라/레-라-솔-파#-솔-라….’ 멜로디는 천사의 비행처럼 오르내렸다.
아일랜드 가수 에냐의 2015년 작 ‘Dark Sky Island’(사진)는 밤하늘에 관한 앨범이다. 에냐의 신비로운 목소리가 영국령 채널제도의 사크섬을 노래한다. 밤하늘 보호 섬으로 지정된 그곳 풍광에서 영감을 받은 음반. 언젠가 그 섬 위로 뜬 별이 에냐의 노래를 불러줄까.
여름휴가가 다가온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