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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경영의 지혜]중국의 댓글부대 ‘우마오당’의 정체와 역할

입력 | 2018-03-15 03:00:00


중국에도 ‘댓글 부대’가 있다. 우마오당(五毛黨)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그동안 정부로부터 댓글 한 개당 일정 금액을 받고 인터넷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이 돈을 받고 일하는지, 규모는 얼마인지 등에 대해 알려진 바는 전혀 없었다. 미국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정치학자와 언론학자로 구성된 연구진은 최근 한 논문에서 다양한 고급 분석기법을 활용해 중국 댓글 부대의 정체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익명으로 활동하는 우마오당의 특성상 이들의 정체를 규명하기란 쉽지 않다. 연구진들은 2014년 샤오란이라고 불리는 한 블로거가 해킹한 간저우시의 인터넷 선전부 이메일 아카이브를 활용했다. 이 아카이브에는 인터넷에서 댓글 부대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이 당국에 보낸 자신들의 활동보고를 비롯해 당국과 이들 사이에 오간 이메일이 담겨 있었다. 연구진들은 대규모 수작업 코딩부터 자동화된 텍스트 분석 등 다양한 기법으로 방대한 양의 이메일 내용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우마오당은 알려진 것처럼 댓글 1개당 얼마의 돈을 받고 글을 쓰는 일반인이 아니라 중국 정부의 다양한 단위 및 부처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제적 대가는 없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이들의 댓글 중 53% 정도는 정부의 공식 홈페이지에 달린 것이고, 46% 정도가 상업적 사이트와 소셜미디어 등에 달린 것이었다. 댓글이 주로 달리는 시기는 균등하지 않았고, 중요한 사건이 있거나 여론이 들끓는 시기에 집중돼 있었다. 댓글 내용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점이 발견됐다. 외국에 대한 비난이나 조롱, 논쟁적 이슈에서의 찬반 의견 개진은 거의 없었고 오히려 애국심을 고취하거나 중국의 역사적 유산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자극하며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연구는 우리 기업들이 중국 정부가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국수주의적이고 애국주의적인 정서를 촉발한다는 점을 감안해 대관업무 전략과 마케팅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 fhi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