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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檢 불려간 5번째 전직 대통령을 보는 착잡함

입력 | 2018-03-15 00:00:00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어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면서 “민생경제가 어렵고 안보환경이 엄중할 때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죄송한지는 말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등과 관련해 횡령 뇌물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국민은 자신이 뽑은 대통령이 죄를 졌더라도 최소한 정직하기를 바란다. 검찰 조사를 받으러 들어갈 때는 말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나온 후에는 무엇이 죄송한지 말해줬으면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박근혜에 이어 검찰 조사를 받는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군사반란의 주역인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정상적으로 집권하고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또 검찰 조사를 받게 돼 더 안타깝다.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이명박 등 살아있는 전직 대통령 중에 검찰 조사와 무관한 대통령이 한 명도 없다니 부끄러울 뿐이다.

한국의 대통령은 사실상 누구 하나 행복한 결말을 맞지 못했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은 반독재시위로 하야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부하의 총탄에 맞아 비명에 갔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들들이 권력형 비리에 연루돼 징역을 살았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5년간 별일이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전통을 세우나 했더니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통탄스러운 헌정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에 소환된 이상 혐의에 부인으로 일관하지 말고 인정할 혐의는 인정하고 소명할 것은 소명해야 할 것이다. 그런 진솔한 태도야말로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보여야 할 마지막 품격이다. 검찰도 20개 가까운 혐의에 집착하지 말고 냉정하게 법리(法理)를 따져 사법의 심판을 받을 부분이 있다면 기소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마지막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지 거의 1년이 지났는데 재판은 겨우 1심이 끝났을 뿐이다. 이 전 대통령이 기소되면 비슷한 장면이 펼쳐질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재판 과정을 동시에 지켜본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불편하고 착잡하다.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까지 수의에 수갑을 차고 구치소와 검찰 법원을 왔다 갔다 하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인가.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에 대해서만은 신중에 신중을 기했으면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