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북핵 해법과 관련해 “더 큰 고리를 끊어버림으로써 다른 문제들이 자동적으로 풀리는 그런 방식으로 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에서 6·25전쟁 종전(終戰)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논의한다거나 비핵화 프로세스와 제재 완화를 연계한다는 등 다양한 구상들이 정부 안팎에서 쏟아져 나오는 데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묻자 내놓은 반응이다. 북핵 문제를 복잡하게 얽힌 ‘고르디우스의 매듭’에 비유하며 하나하나 풀기보다는 단칼에 잘라버리는 과감한 방식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오랜 난제인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담하고 창의적인 접근은 필요하다. 국가 간 최고지도자가 만나는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모든 사안이 테이블에 오를 수 있고 포괄적인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 이런 구상은 모두 과거에 논의되고 추진됐던 것들이기도 하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합의에도 ‘3자 또는 4자 정상이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가 포함됐다. 앞서 2000년 북-미 공동 코뮈니케에도 ‘한국전쟁을 공식 종식시키는 여러 방도’가 언급돼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전제인 북한의 비핵화 이행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무위(無爲)에 그쳤다.
정부는 4월 남북, 5월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완료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를 동시에 이루는 큰 틀의 합의를 만들어내자는 구상인 듯하다. 중국이 주창해온 쌍궤병행(雙軌竝行) 해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합의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이행의 검증 과정에서 늘 파행으로 끝났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당근’도 중요하지만 약속을 어기지 않도록 옥죄고 다그치는 ‘고삐’와 ‘채찍’도 있어야 한다. 정부가 과연 그런 대책도 마련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북핵 해법과 관련해 남북이 어떤 합의를 한들 미국의 동의 없이는 무위로 끝날 수밖에 없다. 북한도 그런 합의에 발을 빼버릴 것이고 모든 부담은 고스란히 한국이 지게 된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인하고 이행의 보장을 약속받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 그래야 이어지는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되돌릴 수 없는 합의가 가능하다. 어느 때보다 한미 간 긴밀한 정책공조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