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행복한 놀이교육
매년 같은 장소에서 가족사진을 찍는 이경용 씨 가족. 지난해는 단체 티셔츠까지 맞춰 입었다. 왼쪽부터 이씨, 둘째 시온 양(8), 막내 은총 군(5), 아내 정성애 씨(40), 첫째 주안 군(11). 이경용 씨 제공
결혼한 지 11년째인 삼남매의 아빠다. 2007년 첫째 아들, 3년 뒤 둘째 딸이 태어났다. 그때까지 육아는 언제나 아내의 몫이었다. 막연하게 아내가 힘들 거라고 생각했을 뿐, 생산직 3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집에선 잠을 잘 때가 많았다. 무엇보다 육아를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6년 전 막내아들이 태어나면서 아내의 육아 부담은 더 커졌다.
아이들은 크면서 점점 더 에너지가 넘쳐났다. 하지만 이걸 제대로 풀지 못하다 보니 서로 다툴 때가 많았다.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건강하게 해소할 방법을 찾고자 4년 전 ‘아빠놀이학교’라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다. 나랑 비슷한 고민을 가진 아빠들이 모인 곳이었다. 난 여기서 알게 된 놀이를 아이들과 함께 따라 하기 시작했다.
3교대 근무라 남들처럼 주말에 쉬지 못했지만 그 대신 평일에 쉬어 아이들을 학교나 유치원에 데려다줄 수 있었다. 아이들이 학교나 유치원에 가 있는 동안에는 아이들과 함께 먹을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나중에는 간식 만들기도 도전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자연스레 아빠 손을 잡고 학교나 유치원에 가려고 했다. 학교나 유치원을 다녀온 뒤 아빠를 찾는 일도 많아졌다. 내가 변하니 아이들도 변한다는 걸 실감했다. 육아에 대한 자신감도 붙었다.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한 소중한 시간은 성장일기에 기록해 두고 있다. 나중에 잊지 않기 위해서다. 처음엔 2, 3줄 정도였지만 지금은 A4 한 페이지 분량의 일기를 매일 쓰고 있다. 평소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은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재밌었던 추억의 놀이를 다시 해보기도 한다.
물론 이렇게 신나게 놀아도 아이들은 늘 TV를 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만 TV를 시청하도록 유도한다. TV를 보지 않을 때 아이들이 심심해하지 않도록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놀이, 가고 싶은 곳(일명 ‘꿈 점검표’)을 작성하도록 했다. 퇴근 후 아이들이 적은 목록대로 함께 놀고,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4년 전까지 육아는 나와 상관없는 일로 여겼다. 육아를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면서 달라지기로 결심했고, 육아 정보를 익히고 실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가까워졌다. 무엇보다 아빠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집에서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아빠로 남으려면 더 노력해야겠다’고 매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