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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수영]벼랑 끝의 아베

입력 | 2018-03-15 03:00:00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되살아난 ‘사학 스캔들’에 휘청거리고 있다. 일본 재무성이 아베 총리 부부가 연루된 사학 스캔들을 무마하려 공문서 14건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그간 총리직이 걸린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의 앞길은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자민당은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을 위해 당 총재를 3년씩 3연임할 수 있도록 당규까지 바꾼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당내에서조차 쉽게 봉합되지 않을 분위기다. 아베를 향한 경쟁자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사학 스캔들은 지난해 2월 처음 불거졌다. 학교법인 ‘모리토모학원’이 아베 총리 이름을 딴 초등학교 설립을 추진하며 국유지를 헐값에 사들인 게 시발점이었다. 아베 총리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명예교장으로 활동했고, 정권 핵심이 힘을 쓴 정황도 고구마 줄기처럼 나왔다. 사학 스캔들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지난해 20%대까지 추락했다. 결국 그는 중의원을 해산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북풍(北風) 몰이’로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위기를 탈출했다.

▷그런데 이달 초 재무성이 공문을 조작한 사실까지 터져 나왔다. 학원 측이 재무성 회의에서 “아키에 여사가 ‘좋은 땅이니 잘 진행해 보라’고 했다”고 말한 대목 등이 공문에서 삭제됐다. 사학 스캔들이 개인 비리에 가깝다면 공문 조작은 국가의 기본을 흔드는 일이었다. 다른 나라 같으면 나라가 뒤집어질 사안이지만, 일본은 조용한 편이다. 쉽게 흥분하지 않는 국민성에다 아직도 국민들이 아베에 대해 ‘강한 일본을 건설할 리더’라는 기대를 접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학 스캔들을 재점화한 것은 아사히신문이다. 아사히는 1년여간 집요하게 파고들어 2일 재무성의 공문 조작 의혹을 특종 보도했다. 보도 직후 재무성 관료 출신 인사는 “정권이든, 아사히든 어느 한쪽은 쓰러지는 궁극의 싸움”이라고 했다. 결국 재무성이 백기를 들며 아사히가 웃었다. 아베 총리는 북-일(北-日) 정상회담 카드로 탈출구를 찾고 있다. 아베 총리의 벼랑 끝 승부수가 이번에도 통할까.

홍수영 논설위원 gaea@donga.com